당내 주류인 이재오계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주류의 관성이 남아 있고,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직 강건한 가운데 그동안 여권의 관례에 비춰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 원내대표가 예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원내대표는 보수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추가 감세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9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은 늘 국회와 당에 귀를 기울이고 의논하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비교적 '구 친이 주류' 색깔이 강한 정의화 비대위원장 내정에 대해서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역할을 대신한다는 부분에서는 법률적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상의 "추가감세 철회? 기업 활력 떨어뜨릴 것"
그러나 추가 감세 철회 입장에 대해 보수 경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전무는 공식 논평을 내고 "대기업과 법인세 감세 법안은 지난 2009년말 국회 논의를 거쳐 통과된 법안으로 이를 철회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업활력을 떨어트리고 경영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당초 일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같은 흐름을 볼 때 각종 보수 단체들의 비판 성명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때 당의 '주류'에 속하기도 했던 전여옥 의원이 황 원내대표 당선 후 "집토끼론(한나라당 전통적 지지층을 다져야 한다)"을 주장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세 철회는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황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것이 순작용을 일으킬지도 불투명하다. 그는 보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을 못하면 민심과 멀어진 것"이라며 "민심에 따라 물 흐르듯 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보지 않고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취지의 주장은 명분은 있으나, 이는 일종의 '쿠데타'로 비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청와대를 쇄신하겠다"는 것보다는 "대통령과 거리두기 하겠다"는 쪽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임 초반부터 위태위태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안상수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한 정의화 국회 부의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물어 정통성을 인정받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치는 등 당내 소장파와 황 원내대표의 '인적 쇄신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황 원내대표의 이같은 인식 뒤에는 정태근 의원 등 개혁 성향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있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법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것은 당헌에 나온대로 원내대표가 해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는 크게 봐서 전당대회 준비, 당 쇄신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등을 해야 한다"고 황 원내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황 원내대표의 당선은 '소장파+친박+친이상득'의 '비주류 연합' 때문이었다. 지나친 '쇄신 이미지'로 현 정국을 돌파할 경우 친이상득계, 그리고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당장 11일로 예정된 비대위 추인 의총에서 정의화 비대위원장 지지세가 압도적일 경우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는 상대적으로 힘이 빠질수 밖에 없다. 물론 소장파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황우여 체제'의 거침 없는 행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지원 "과연 황우여 요구대로 MB가 뒷전으로 물러날까?"
민주당은 벌써 '황우여 체제'를 흔들고 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황우여 원내대표가 부자감세 철회하겠다는 입장에서 (청와대정부의 반발 때문에) 꼬리를 내린다면 그것은 위기 모면용 생색 내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세 읽기'에 일가견이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연 황우여 원내대표께서 요구하는 대로 청와대가 뒷전에 물러설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며 "문제는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께서 얼마나 바뀌느냐가 중요하지 여당의 알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우여 체제는 '밀랍 날개'를 붙인 이카루스와 같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갈 경우 날개가 타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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