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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 체제' 탄생…'反이재오' 표로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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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주류 체제' 탄생…'反이재오' 표로 증명

4선 중립 황우여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에 중립 이주영

수도권 4선 황우여 의원이 6일 한나라당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비주류의 집중 지원을 받은 황 의원은 내년 4월 총선까지 한나라당의 원내 전략을 이끈다. 정책위의장은 러닝메이트로 나온 영남 출신 3선의 이주영 의원이 됐다. 이날 경선은 18대 국회 들어서 비주류가 주류를 압도한 첫 사례가 됐다.

황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한나라당의 변화가 시작됐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옛모습을 떨치고 한나라당의 새로운 비전을 펼쳐 보이겠다. 청와대도 우리에 대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의원은 "계파 줄서기, 공천 이런 것에서 우리가 하얀 백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나라, '이재오 2선 퇴진론' 표로 증명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한나라당 내 '이재오 2선 퇴진론', 즉 '반이재오' 정서가 팽배한 것을 증명한다. 황 의원은 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과 결선투표까지 가서 172명 의원 중 157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90표를 얻었다.

투표 과정을 살펴보면, 첫 투표에서 황우여 의원은 159명 중 64표를 얻었어 1위를 했다. 2위 안경률 후보는 58표였고, 이병석 의원은 34표였다. 무효는 4표였다. 과반, 즉 80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없는 관계로 결선 투표로 갔다.

결선 투표에서 황 의원은 이병석 의원에게 쏟아진 34표 대부분을 흡수했다. 황 의원은 90표를, 안 의원은 64표를 얻었다. 안 의원은 불과 6표를 더한 셈이 됐다.

▲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당선된 황우여(오른쪽) 의원과 이주영(왼쪽) ⓒ뉴시스

'친이상득계+친박TK' 표로 이뤄진 이 의원의 표 대다수가 황 의원에게 쏠린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범친이계인 친이상득계가, 이재오 장관 주도의 정국 운영에 비토를 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재오 특임장관의 정치적 고립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박근혜-이상득의 신뢰가 한층 깊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국 주류 퇴진론이 먹혔고, 이재오 특임장관은 사실상 불신임을 받았다. 소장파+친박이 중심이 되고 이상득계가 합세한 이른바 '비주류 연합' 앞에서 이 장관을 위시한 '친이계'는 이제 64명으로 줄었다. 이 장관은 '실세'에서 계파 수장의 위치로, 입지가 현저히 좁아졌다.

실제로 황우여 의원은 이날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 이재오 장관을 사실상 집중 견제했다. 황 의원은 "원내대표는 계파의 대표가 아니라 의원 전체의 대표다. 오늘 특정 계파 대리인, 지난 3년간 당의 주류 였던 인사가 또 당의 전면에 등장하면 국민들의 실망은 절망으로 변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황 의원은 "주류가 2선으로 후퇴해달라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그 분들(주류)에게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그게(주류2선퇴진론) 국민의 눈높이"라고 역설했다.

'쇄신파' 첫 과제는 "청문정국" 돌파…이후에도 첩첩산중

황우여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한나라당 쇄신파도 힘을 얻게 됐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 및 친박계가 쇄신파에 힘을 실어줬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거리는 현저히 멀어졌다. 이르면 다음 주 등장할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비주류가 힘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친박계인 홍사덕, 중립 성향의 김형오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의 정책기조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이주영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추가 감세 철회를 전면에 내걸었다. 결국 '추가 감세 철회'에 90명의 의원들이 호응을 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국민참여 경선을 골자로하는 상향식 공천제를 당론으로 채택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이 쇄신 의지를 어디까지 끌고갈지의 문제다. 관건은 당청관계다. 5월에 있을 개각, 뒤이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황우여 체제'와 쇄신파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보수 언론들까지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 가세한 시국에서 신임 원내지도부가 '청문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여권 전체의 쇄신 방향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향후 최대 쟁점이 될 '한미FTA 비준안' 처리도 황우여 체제의 골치아픈 과제다. 이는 대야 협상과 관련된 것인데, 야당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에 반대한다"고 재협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벨트 입지 논란도 어께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본격적 행보를 선언한 박근혜 전 대표가 이들 지도부에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보내는지도 관건이다. 새 원내지도부는 박 전 대표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낼 것이고, 박 전 대표도 '한미FTA 비준안' 논란 등 현안과 관련한 입장 표명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절치부심'해야 하겠지만 '큰 꿈'을 꾸는 이재오 장관을 위시한 '구주류' 세력의 반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은 11개월도 채 안남았다. 본격적인 '공천 전쟁'까지 감안하면 불과 8개월이 채 안남은 것이다. '코마'에 빠진 당정청 쇄신과 정권 재창출, 황우여호(號)의 방향타가 옳았는지는 앞으로 한달 안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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