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2인자, 이재오 특임장관의 2선 퇴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친박계 핵심 중 하나인 이성헌 의원은 2일 "이재오 장관이 책임을 져 주는 모습이 당을 위해서도 필요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이번에 보선 결과 패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지 않았나. 또 청와대 임태희 실장도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특임장관실도 정무적인 판단을 했던 곳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특임장관으로 계시는 분(이재오)이 미국까지 가서 '개헌을 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국민들이 물가 때문에 아우성 치고있고 많은 한숨을 쉬고 있는데 한가롭게 개헌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점, 그런 정도의 접근방식이라고 하는 것은 민심을 상당히 도외시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이 장관의 퇴진을 거듭 주장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경재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청와대 일부와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주류가 총선, 대선을 (앞두고) 깔아놓은 비선조직이 있고, 그래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과거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자기들이 결국은 똑같은 얼굴로 변한다면 국민들이 무슨 신뢰가 있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뭐 꼭 친박이 아니라도 좀 그동안에 책임졌던 분들은 2선으로 물러가고 새로운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주류층(친이계)이 기득권만 고집하다가 총선을 망치면 자신들도 자멸할 것이고, 대선도 망칠 것이라고 하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며 "총선에서의 여소야대가 되면 아마 야당은 청문회 정국을 만들어서 대선 정국을 흔들 것이다. 그러니까 정말 자멸하지 말고 함께 가는 하나가 되는 새로운 진영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장관이 당에 복귀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국민은) 대통령 옆에서 권력을 연장하려고 하는 어떤 세력들에 대해서 좀 비우호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재오 장관을) 전면에 내세우면 더 (민심이) 악화되지 않겠느냐"고 잘라말했다.
선거 때 계파 집결시키던 이재오…의원 연찬회에는 발길 '뚝'
이 장관 '2선 퇴진론'은 친박계만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5선 의원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재보선 참패 다음날인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狐假虎威)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정치를)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고 이 장관을 직격했었다.
친이 주류에서 중립지대로 넘어온 정두언 최고위원도 전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지도를 깎아 먹는 사람은 뒷자리에 계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장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득 의원은 지난 2009는 4·29 경주 재선거에서 친박 무소속을 표방한 정수성 후보에 사퇴 종용을 했다가 실패한 후, 재보선에서 자신이 민 후보가 떨어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2선 후퇴를 전격 선언했다. 물론 이 의원은 현재까지도 "막후 실세는 결국 이상득"이라는 얘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전례로 미뤄볼 때,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선거 작전을 짜"면서까지 강원도지사 및 분당을 지역 선거 지원에 자신의 계파 의원들을 동원해 '올인'해놓고도 실패한 이재오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비공개로 의원 연찬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주류 책임론' 및 '이재오 2선 퇴진론' 등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재보선을 일주일 앞두고 계보 의원들을 "집합"시켜 떠들썩한 선거 작전을 짰던 이 장관은 이날 의원연찬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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