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이튿날인 28일 한나라당이 한-EU FTA 비준안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국내 피해산업에 대한 정부 대책을 놓고 찬반토론을 벌인 뒤 표결을 강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남 위원장은 "오늘 두려운 마음으로 의결했다"며 "정부는 야당 의원들이 지적했던 소통의 문제를 충족시키도록 노력하고 비준안에서 (번역) 오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표결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강기갑 의원 등이 회의장에 들어와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 간사 김동철 의원은 "국민과 소통을 하고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4월 국회 처리는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6월 국회에서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준안이 7월1일 발효되기 때문에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9일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민주당은 긴급 의총을 소집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에서 국민의 뜻이,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았으면서도 대화를 무시하고 한-EU FTA비준안을 외통위에서 강행처리했다"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당 대표도 저도 '몸으로라도 저지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아무런 저지를 하지 못한 것은 우리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며 "김동철 간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그 최선의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문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준안의) 본회의 상정은 원내대표로서 의사일정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EU FTA 처리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수없이 말해왔다"며 "민주당의 저축은행 청문회와 예결위 개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몸으로 막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민주당의 합의 파기에 대해 분개한다"고 말했다.
재보선 승리로 탄력을 받은 민주당과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 비준안 강행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한나라당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날 한나라당은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소집했고, 한EU FTA 처리 대책보다는 원내대표 경선 강행 등과 관련해 당내 주류와 소장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민본21은 현재 원내대표 경선 연기, 연찬회 개최 등의 내용을 담은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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