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서울 지역 초선 의원은 26일 "3대0으로 본다. 강원도를 기대했는데 엄기영 사장의 불법 콜센터 파문을 보고 '이거 안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재선 의원도 "3대0으로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재보선 이후'로 모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초선 의원은 "3대0으로 질 경우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까지 말했다. 이 가운데 친이계 최대 주주이자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친박계와 비주류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선거 패배시 '이재오 책임론' 제기 가능성 있어…동력 떨어진 친이계
재보선 책임론과 관련해 서울지역 초선 의원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번에 왜 그런 모임을 가져서 야당에게 빌미를 주는지,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재오 장관도 이제 나이가 60을 훌쩍 넘겼다. 파이팅이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친이계 의원들 35명을 소집해 '선거 작전'을 짰다. 이 때문에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 장관 등이 주축이 돼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이유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 때문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 장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재보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보선 참패시 이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친박계 초선 의원)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다.
▲ 지난 20일, 친이계 의원들과 "선거 작전"을 짜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 ⓒ뉴시스 |
이 장관의 '특명'을 받고 강원도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한 친이계 의원도 "솔직히 내가 강원도에서 얼굴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당직자들 격려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당시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이 장관이 세를 모은다고 하는데, 세가 모이겠느냐"고 반문한다. "힘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재보선 직후인 5월 2일에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장관이 자신의 측근인 안경률 의원을 밀고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과 관련해 친이계 의원들은 "이 장관의 행동을 보면 그게 안경률 의원에게 과연 도움을 주는 일일까. 안 의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오 장관이 차기 지도체제 변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거나,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친이계 의원들의 분위기를 보면 대체로 맥이 빠져 있다는 게 감지된다. 친이상득계도 이 장관을 곱지 않은 눈길로 보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나올 예정인 친이상득계 이병석 의원은 이 장관의 '세몰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이 힘이 떨어졌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주류 측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선거 끝나면 곧바로 레임덕"이라는 말이 다름 아닌 친이계 주류 측에서 나온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박계-민본21 심상치 않아…5월 2일 주류 VS 비주류의 대격돌?
이처럼 주류가 맥이 빠진 상황에서 비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박계 초선 의원 10여 명이 지난 25일 서병수 최고위원과 함께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의원들은 "최고위원 당선 턱을 내는 자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지만, 이 모임이 4.27재보선 이후 지도 체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김무성 당대표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최근 서병수 최고위원이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 홍준표 최고위원과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전날 '감세 유예' 입장을 정리한 정두언 최고위원과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 등 중립 성향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본21 등 중립 지대 비주류 의원들은 재보선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28일 오전 긴급 모임을 갖을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화두는 당 쇄신 방향, 감세 등 핫 이슈에 대한 입장 정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본21의 한 의원은 최근 "감세 유예 논란을 갖고 당 내에서 '세력화'를 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가 소득세 추가 감세 유예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일부 감세 유예' 입장을 보인 것만으로 중립성향 비주류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법인세 논란의 경우 "추가 감세는 그대로 가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입장이었지만, 최근 대기업의 현금 보유 등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끝까지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재보선이 끝난 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새로운 공간이 열리게 되면, 이재오 장관을 주축으로 한 주류와 친박+중립성향 의원들의 주도권 싸움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첫 격돌지는 5월 2일 원내대표 선거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면에 나서라" 요구 강해질 듯
"박근혜 전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강원도를 두 차례 방문한 것을 '선거 지원'으로 생각하고 있다(친이계 초선 의원)"는 말대로 선거 패배 책임을 '무개입' 원칙을 천명한 박 전 대표에게 씌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당내 일반적인 논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재보선 이후 "이제 은둔지에서 나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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