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때 아닌 '대권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10% 이하의 지지율로 난립하고 있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끼리 노골적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한데 이어 역시 미국을 방문 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김 지사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주재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지사는 '대권 주자로서 어떤 정책에 주안점을 둬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안보, 두 번째는 일자리 창출이며, 세 번째는 복지"라고 말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김 지사는 정보 기기 확충 등 '군 현대화'에 중점을 뒀고,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교육 의료 분야 개방을 통한 서비스 산업 확장을 강조했다. 복지 문제에 대해 김 지사는 노인 복지, 그리고 저출산 극복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경쟁 주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여권의 또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히는 정운찬 전 총리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김 지사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것에 대한 개념 정립 없이 (기업의) 초과 이익을 공유하자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김 지사와 비슷한 시점에 대권 도전을 시사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견제가 들어왔다. 역시 대권 주자 중 하나인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밝힌 오 시장에 대해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전술핵을 반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을 안심시키는 행동인가"라며 "오 시장의 발언을 환영할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이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지난 18일 미국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전술핵 재배치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지는 오세훈, 김문수, 정몽준, 정운찬 등 여권의 이른바 '4룡'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재오 특임장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원희룡 사무총장,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대권 주자로 꼽힌다.
이를 두고 97년 대선을 앞두고 조성됐던 '9룡'의 경쟁 구도에 빗대는 인사들도 정치권 안팎에는 많다. 당시 9명의 대권 후보들의 경쟁 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도 새삼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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