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지류 정비 등에 20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의 각종 국책 사업이 "경제성이 맞지 않아서", "국익을 위해" 줄줄이 취소되거나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20조 원이 넘는 새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대한 불만도 섞여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지류 정비 사업에 대해 일제히 입을 닫았다. "4대강 사업으로 국운이 융성해졌다", "4대강 사업은 홍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그간의 태도와 견줘보면 180도 다른 분위기다.
이한구 "분수 안 맞게 큰 집 짓고 데코레이션도 '통 크게'?"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집도 소득도 없이 분수에 안맞게 크게 지어놓고 좋은 거 해 놓으면 데코레이션(장식)도 근사하게 하고 싶고, 정원도 가꾸고 싶고, 자꾸 이렇게 된다. 그래서 이 사업(4대강 사업)에 이어서 계속 빚을 내 4대강을 치장하는 여러가지 사업이 나올 것이고, 자전거 도로도 할 거고, 그럴 것"이라며 "본류 유지 관리하는 데도 연 1조 원씩 들어간다. 그리고 아마 곧 부동산 투기 붐도 일으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 발전하는 단계나 경제 상황으로 봐서, 삽질경제, 토목경제에 올인하는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가 선진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을 몇 차례나 했었다"며 "지금 이런 식으로 자꾸 하니까 양극화 되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이나, 교육, 보육, 서민들 임대주택 재원이 잘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4대강 사업 등 토목 사업 때문에 복지 재원이 부족한 현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한나라당 주류는 4대강 사업 당위성을 설명하며 "4대강 사업 때문에 복지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의원은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이 초기에 나왔을 때보다 지금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될 것"이라며 "지금 이렇게 (토목 사업) 하면서 LH공사니, 지방 공기업이니, 미분양 주택 때문에 건설업계 전반의 부실 문제가 굉장한데 다음 정권한테 굉장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조 짜리 동남권 신공항은 '아웃'…20조 이상 4대강 사업은 '올인'
이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할때는 비용 편익비율(B/C)을 따져 경제성이 없다고 해놓고, 본류 사업은 B/C(비용편익 비율) 계산도 안하고 하더니, 지류하면 경제성 비율이 더 낮아질텐데 그때는 뭐라고 얘기할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근래에 대구도 보선을 하는데가 있는데,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주민들은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더라. 아예 불신감을 넘어서 배신감이 굉장히 팽배한 상황"이라며 "4대강 지류, 지천 사업에 몇십조 원을 집어넣는다는 것을 확인하면 아마 경상도 사람들이 더 열을 낼 것이다. 이거하고 신공항하고 어떤 것이 더 생산적이냐.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형준 대통령 사회특보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남권 신공항과 4대강 지천 사업을 연계해 생각하면 안 된다"고 일부 보수 언론을 겨냥, 발끈한 것과 달리 지역 민심은 "왜 동남권 신공항은 백지화하고 지천 사업은 20조 원 이상 들여서 하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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