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공사 입지를 선정하기도 전에 "경남 진주로 간다"는 이야기가 여권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논란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LH공사는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가 서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11일 여권 핵심관계자는 "본사는 진주로 일괄이전하고, 대신 전주에는 당초 경남혁신도시에 내려갈 예정이었던 다른 공공기관을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삭발'을 할 정도로 사활을 걸었던 LH공사 분산배치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여당은 수차례 "아직 결정된 게 없다(심재철 정책위의장)", "6월 이전에 결정하겠다(김황식 국무총리)"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호남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번 동남권 신공항 유치 백지화처럼 미리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텃밭'인 경남 진주는 여권에 '끈'이 있는만큼 이날 발빠르게 움직였다. 서울로 급 상경한 이창희 진주시장을 비롯해 진주 출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김재경 의원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희태 국회의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전주시장에게 토론을 제안한다"고까지 했다.
반면 전북 출신인 한나라당 정운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을 해야 할 지역발전위원장이 이제 뽑히고 그 밑에 위원들도 뽑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여권의 핵심관계자가 이야기했다 해서 'LH공사를 진주로 간다' 이렇게 나온다는 것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지역균형 발전이나 호남 30년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전주 유치(진주와 함께 분산 배치)가 매우 당위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얼마만큼 신뢰가 있는 기사인지 모르겠다"며 "아직 결정된 게 없음을 알린다"고 수습에만 급급할 뿐이다. 정 최고위원의 말대로 '호남 홀대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라북도 민심도 '여권발(發)' 익명 보도에 잔뜩 긴장한 상황이다. 전북도는 서울 집회를 애초 예정보다 사흘 앞당겨 18일 열기로 했다. 국회 앞, 청계광장 등에서 LH 공사 분산배치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통합해 탄생한 매머드급 공기업 LH공사는, 통합 전인 노무현 정부 당시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에,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에 이전하기로 했었다. LH로 통폐합된 이후에는 이 각각 '일괄이전'과 '분산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잇다른 국책 사업 관련 결정은 정부가 태도를 명확히 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LH공사가 2009년 10월 출범한지 1년 반이 넘어가는데도 이전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통합과 함께 부지 선정도 이뤄졌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지방 눈치만 보다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때처럼 정부가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하면 할수록 영호남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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