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슈가 과학벨트 분산배치론, LH공사 이전 경남 유치 문제 등 다른 굵직한 현안 갈등에 기폭제가 된 상황이다. 영남 민심 달래기를 위해 충청(과학벨트), 호남(LH공사)으로 갈 국책사업을 영남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쏟아지는 의혹에 말을 아끼거나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확답을 피하는 등 뒷수습에 진땀을 뺐다.
과학벨트 분산배치, "안한다" 소리 없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여진은 계속됐다. 7일 국회는 외교통상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했지만, 정부의 국책사업 성토장이 됐다. 부산 출신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 대부분을 김황식 총리와 동남권 신공항 논쟁을 하는 데 할애했다. 김 의원은 "호남고속철의 경우는 신공항 보다 경제성이 더 낮지만 추진하면서, 왜 신공항은 정부도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백지화 하느냐"며 "지역 갈등을 일으킨 사람들은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 출신이고 무소속인 유성엽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분산 배치론도 나오고 있고, LH공사 경남 일괄 배치론도 나오고 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그에 대한 얘기를 해달라"고 김황식 총리에게 질문했다.
김 총리는 "과학벨트 관련해서는 이것이 결코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한 보상용으로 있을 수 없다. 법 취지에 따라 절차를 거쳐 결정될 것이다.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평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평가"를 거쳐 분산 배치가 옳다고 나올 경우, 분산 배치도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H공사 경남 일괄 배치와 관련해 "당사자의 의사 합치는 어려울 것이고, 여러 절차를 거쳐 양 쪽이 다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결론 내도록 하지,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연계는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전날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삭발식을 한 것과 관련해 김 총리는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왜 머리를 깎으시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전날 "LH공사 이전 문제는 6월까지 결론내겠다"고 말했었다. 유 의원이 "일괄배치를 할 것인지, 분산 배치를 할 것인지만 언급해보라"고 거듭 추궁했지만 김 총리는 "일괄 배치, 분산 배치는 논란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에 더이상 언급할 수 없다"고만 했다.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남도로 일괄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LH공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주공과 토공이 통합해 탄생한 매머드급 공기업이다. 통합하기 전인 노무현 정부 시절 당초 주공은 경남 진주로, 토공은 전북 전주로 이전키로 했었다. 이 때문에 통합이 완료된 지금 경남은 "일괄 배치"를 전북은 "분산 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새만금 사업 지원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사 편지까지 보냈던 김완주 전북지사는 전날 "안고 죽을 지언정 결코 내주지 않겠다"며 삭발식을 거행해 눈길을 끌었었다.
"지금 내리는 비 맞아도 인체에 영향 없다"
김황식 총리는 이날 한-EU FTA 협정문 번역 오류와 관련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관련 인사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임해야 하지 않느냐"는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의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해임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상대로 "번역 오류 사실은 송기호 변호사 한 분이 짚어 냈다. 김 본부장은 양허표 등을 전반적으로 읽어본 적이 있느냐"고 쏘아 붙였다. 김종훈 본부장이 "500여개 넘는 세세한 양허표라...최근에 검독 차원에서 봤다"며 "1년 4개월 전(체결한 것)이다. 보실 분은 다 봤을 것이라고 상황 판단을 했다"고 설명하자 최 의원은 "친구들이랑 떡볶이 집에 갔는데, 다 서로가 돈이 있을 줄 알고 갔다가 돈이 없어서 외상을 하고 나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봄비가 쏟아진 이날엔 이른바 일본 후쿠시마 원전발(發) '방사능 비'와 관련된 질문도 쏟아졌다. 김 총리는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 결과 (비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금 오는 비를 맞아도 된다는 말이냐"는 민주당 주승용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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