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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모순 화법'에 한나라도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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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모순 화법'에 한나라도 "헷갈린다"

與·野 의원 질문 따라 답변도 달라?…"친절한 운찬씨"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모순 화법'이 화제다. 총리에 지명되기 전 평소 발언해왔던 '소신'을 뒤집은 것은 물론, 청문회 과정에서도 질문자가 여당 소속이냐, 야당 소속이냐에 따라 발언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감세 정책과 관련해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는 "법인세 소득세 인하를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으면서도 청문회에서는 '신중론자'로 자신을 규정했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비판적 입장을 완전히 뒤집기도 했다.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 논의설'까지 나올 지경이다.

정 후보자는 22일 밤 늦게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이같은 '모순적 소신'을 고수했다. 한 문장에 반대되는 입장이 상존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 후보자는 한미 FTA와 관련해 "결론적으로 한미 FTA에 찬성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동시 다발적 FTA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발언 과정에서 이미 협정서에 포함됐으며 한미 FTA 최대 독소 조항으로 꼽히는 '투자자 국가 분쟁해결제도(ISD)'와 관련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보면 지금까지 소송에서 모든 것에서 미국이 이겼다"고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같은 '모순 화법'이 지적됐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정 후보자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강변하려는 것을 국민들은 애처롭게 보는 것 같다"며 "여당 의원이 '유학비 마련 등 유학을 오래 준비했지 않느냐'고 물으면 동의했다가 (제가 질문하면) '갑자기 유학을 갔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정 총리는 "(병역 비리 의혹과 관련해) 저를 방어하는 가운데, 혹시 군대에 안간 것이 잘한 것이 된 것처럼 인상을 드렸다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했다.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으로부터 "지금은 원점부터 다시 생각하자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자 "지금 세종시 재정 집행이 25% 정도 나갔으면 나머지 75%를 정말 생산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정 후보자의 이같은 답변 스타일에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헷갈린다. 그러니 후보자도 헷갈릴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국정 철학에 대해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대립각을 세워왔을 정도인데 지금은 180도 변해 '친절한 금자씨'처럼 '친절한 운찬씨'라고 하는 얘기도 있다"고 이번 청문회에 대한 촌평을 했다.

"'하고싶은 말 다하겠다' 하자, 李 대통령 '좋다'"

김종률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총리 권한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느냐"고 질문하자 정 후보자는 "잘 보필하겠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 드리겠다고 했더니 (이 대통령이) '좋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생각이 다르다는 게 확인되면 총리직을 그만두겠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중도 실용 철학을 보였고 당선 이후에는 조금 벗어나지 않았나 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중도실용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그런 상황은 설정 안해봤다.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부인의 그림판매 소득 6150만원, 자신의 강연료 등 기타 소득을 종합소득세에 합산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앞으로 신고하겠다"고 이날 오전 서면 답변을 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이를 재차 확인하기 위해 질의하자 "그림 판매 소득은 부인이 따로 관리한다"고 회피하려다 추궁이 이어지면서 "신고하겠다"고 말해 눈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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