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대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친박근혜계인 이혜훈 의원은 9일 "한국은행이 물가를 못잡는 이유는 'VIP(대통령) 정례보고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중수 한은 총재의 지시로 청와대에 정례적으로 보고한 'VIP정례보고서'는 한은의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고,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이 정부에 물어보면서 (금리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정부의 하급기관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한은은 이런 보고서를 '이번에 최초로' 작성했다고 답변했다"며 "한은에 'VIP경제브리프'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한은은 '주관적 판단이 (VIP 경제브리프 자료에)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거부를 했다"고 말했다. 즉 한은이 대통령에게 사실상 직보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한은이 주관적 판단을 내린 후에도 사실상 사실상 대통령과 상의했다는 말이 된다.
이 의원은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기준금리 결정을 돌이켜 보면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물가 안정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등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항상 주시하며 그런 조짐이 보일 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도, 안이한 물가 전망으로 실기하고 뒤늦게 물가 불안이 현실화되자 부랴부랴 금리인상을 하며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전년 동월 대비)는 1월 4.1%, 2월 4.5%로 두달 연속 한은의 물가관리목표(2.0~4.0%)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가 최근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두언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물가 상승은 불가항력인 면이 있다'고 했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과연 서민들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 사람은 아마 전혀 서민 경제에 대해서는 실제로 가보지도 않고 체험하지 못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물가가 폭등하는 모습을 '퍼펙트 스톰(강력한 태풍, 즉 여러가지 안좋은 일이 겹쳐 더할수 없이 나쁜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느 정도 성장은 양보를 하고라도 빨리 물가 안정에 주력을 해서 서민경제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거시 경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를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와 한은이 유지하고 있는 저금리 고환율 기조에 대한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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