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 모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노출되고 "영사관이 덩 모 씨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많다"고밝힌 바 있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이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김윤옥 여사 등 덩 모 씨 소지품에서 발견된 최고위급 인사들 연락처의 원 소지자로 알려진 김 전 총영사는 한나라당 출신 정치권 인사다.
▲ 김정기 전 총영사가 재임 중 중국에서 출간한 자신의 자서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추천사를 썼다ⓒ상하이외대출판사 |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노원병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김 전 총영사는 이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 서울선대위 조직본부장, 국제위원장등을 거쳤다.
18대 총선에서는 홍정욱 의원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총선 직후 특임공관장으로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됐다.
영사 부임 이후에서 그는 현지를 찾은 한국 기업인, 정치인, 교육계 인사들과 활발한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 출신인 상하이 부총영사와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고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총영사는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료를 유출하고 중국 여성과의 사진까지 결부시켜 나를 모함하려 한 정황으로 볼 때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나와 불화가 심했던 모 정보기관 인사가 배후일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지난 해 외교부 차관에 거론됐을 때도 정보기관이 자신을 음해하는 보고를 했고, 이번에도 자신의 4월 분당을 재보선 출마 가능성을 막기 위한 음해라는 주장이다. 김 전 총영사는 외교부 측에도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총영사는 자신의 이같은 주장이 파문을 일으키자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주재 영사들의 부적절한 처신 외에, 정치권 출신이지만 외교부 소속인 특임총영사와 국정원의 알력이 깔려있는 것. 지난 해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파동에 이어 최근에는 FTA 협정문의 무더기 오역으로 망신살이 뻗친 외교부는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특사단 호텔방 잠입사건의 주인공인 국정원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류우익 주중대사도 입길에 오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총체적 난국이다. 안에서도 바가지가 새고 바깥에서도 줄줄 새고 있다"면서 "이런 게 레임덕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주목을 받는 총영사는 김정기 전 총영사 뿐이 아니다. 최근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김재수 전 LA총영사는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BBK 사건' 대응을 위해 만든 클린정치위원회 해외팀장 출신이다. 얼마 전 임명된 김석기 오사카 총영사는 '용산 참사'로 낙마한 서울경찰청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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