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 씨의 입국 배경과 관련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BBK 사건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가 본인의 변호사 자격 회복을 위해 입국했다는 것, 즉 '사적인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다는 세간의 추측을 일축하는 주장이 나왔다.
재미교포 블로거 안치용 씨는 3일 자신의 블로그인 '시크릿오브코리아'에 글을 올려 "BBK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에리카 김의 변호사 자격 박탈은 BBK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변호사 자격 회복 신청도 빨라야 내년 12월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BBK는 이명박 후보가 설립한 회사"라고 주장했던 에리카 김 씨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7년 12월 21일 자격이 일시정지된뒤 박탈돼 변호사 일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게 "공교롭게도" 우연히 겹친 일이라는 것이다.
안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협회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에리카 김이 변호사 자격이 일시정지되고 급기야 자격박탈로 이어진 원인은 2001년 8월과 2002년 1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명의로 2개 은행에서 15만 달러와 20만 달러의 융자를 받으면서 수입을 부풀리기 위해 세금보고서를 조작하는 등 잘못된 재무보고서를 제출한 데 대해 2건의 혐의를 시인했으며 2002년 두개 은행에 잘못된 금융거래를 한데 대해 2건의 혐의를 시인하는 등 모두 4건에 대해 2007년 10월 11일 유죄를 인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씨는 "에리카 김이 변호사 자격 회복 신청을 하려면 아직 22개월, 1년 10개월이나 남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에리카 김이 하루빨리 한국사건을 마무리짓고 미국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기 위해 급거 귀국했다는 추측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조선일보>는 에리카 김 씨의 지인의 말을 빌려 "에리카 김이 변호사 자격을 회복하고 싶어 했고, 그러려면 한국에서 자신이 기소중지된 사건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안 씨의 주장대로라면 <조선일보> 보도는 신빙성을 잃게 된다. BBK 관련 기소중지된 사건이 빨리 마무리된다 한들 미국 변호사 자격 회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4개월 전 미국법정에 제출한 동생 주장을 뒤집고 있는 누나?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김경준 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육필 서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다스의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김 씨는 이 서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BBK의 의사결정에 전권을 행사했으며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을 보면 MB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다"며 "다스는 MB가 BBK나 김경준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다스 회장 이상은 씨와 김재정 씨 등이 BBK의 주요 주주이며 사실상 다스는 MB소유이며 MB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다스의 투자금 반환청구소송은 지난 2003년 5월 30일 다스가 김경준, 에리카 김 씨 등이 BBK 등을 상대로 제기한 150억 원 짜리 소송이다. 지난 2007년 8월 20일 다스가 패했으나 항소를 제기해 2009년 1월20일부터 재판이 재개됐다. 김 씨의 주장은 다스 측이 "이명박 대통령은 이 소송과 무관하니 배제해달라"고 한 '유해증거배제' 청원을 반박한 것이다. 김 씨 역시 다스를 맞고소한 상태이기도 하다.
김 씨는 "다스는 MB의 형 이상은 씨와 MB의 처남 김재정 씨 명의로 돼 있지만 이는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MB와 현대차에 시트를 납품하는 다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MB는 다스라는 회사를 BBK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대통령의 큰 아들 이시형 씨가 얼마 전부터 다스에 취업해 다스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김 씨의 '육필 서류'를 공개한 안치용 씨는 당시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는 도곡동 땅 판 돈 일부가 다스 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결국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와 궤를 같이 한다"며 "김경준의 옥중 청원과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으로 땅 속에 묻혀버린 줄로 알았던 BBK 의혹이 자연스레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장 청문회를 앞둔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교롭게도 중도에 사퇴해 버렸다. BBK 의혹을 검증할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이다.
또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 씨는 검찰에 "BBK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고 했던 내 주장은 거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4개월 전에 자신의 동생이 증명하려 했던 것을, 에리카 김 씨가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동생 뿐 아니라 자신이 '피고'인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
또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돌연 입국에 이어 이 대통령 측에 서서 'BBK소방수' 역할을 했던 김재수 전 LA 총영사가 3일 귀국한 것도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전에 두 인물의 입국을 조율한 것이 김 전 총영사 아니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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