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참여연대가 만났다. '진짜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이 대표적인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서민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홍 최고위원은 4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민정책, 보수와 진보의 접점을 찾는다' 토론회 축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에서는 진보가 보수를 소탕했다면, 이명박 정부 들어와 이제 보수 인사들이 중심이 돼 진보를 소탕하는 그런 구조가 진행되고 있다고 나머지 (이명박 대통령 임기) 2년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이런 구조로 가면 곤란하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가 가장 먼저 접점 찾을 수 있는 게 서민 정책인데 서민 정책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고, 좌파와 우파가 있을 수 없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나라당에 '3대 민생고' 관련 쓴소리 봇물
이날 토론에서 쟁점은 전세대란, 고물가, 가계 부채 등 경제현안이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책과 대안 부재에 대한 지적이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는 발제자로 나서 "물가대란, 가계부채, 전세대란 등 '3대 민생고'는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예견돼 있었는데, 정부는 고환율 정책,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 등을 사용하며 5% 성장의 도그마에 빠져 '물가, 가계부채, 전세 문제 등은 희생하고 가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물가대란에 따른 대책도 단기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데다 실효성도 의심이 된다"며 "몇 년씩 걸리는 산업 구조 정책을 물가 대책이라면서 내 놓는다. 군사 정부 때 기업을 불러서 쥐어 짜 '스스로 물가를 내리라'는 거친 입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세대란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전세보증금 등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자 김 변호사는 "미국 일부 주,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외국에는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다양한 입법 사례들이 있다"고 비판하며 "긴급 입법을 통해 전세보증금, 월세의 인상률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2011년 상반기에는 이미 900조 원에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가계 부실로 인한 가계 위험을 축소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오히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해 부채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 대책은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럴 때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나라당의 서민경제특위가 그런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에 있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지난해 12월 8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전광석화와 같은 날치기 폭력으로 민주주의와 민생을 유린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독과 상처를 준 날"이라며 "4대강 사업, 형님 예산, 실세 예산, 영부인 예산, 공안 예산 등으로 수백 억에서 수천억 씩을 챙기는 와중에 최소한 1조 1000억 원이 넘는 꼭 필요한 예산들이 사라졌다"며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복지 확대를 요구했고,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고용보험 확대 및 실업 복지 확대를 요구했다. 안진걸 사회정책국장은 고교 의무교육 관련 고등교육법 등 개정, 취업후학자금상환제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이벤트는 성공했지만…
홍 최고위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 좌우파 가장 먼저 접점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서민정책이다. 오늘 참여해주신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태수 위원장도 "한나라당이 초청해도 응할 준비가 돼 있는데 초청을 잘 안해준다"고 말하면서도 "저희들과 현재 대화가 가장 잘 통할 의원 중 한 분이 홍준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최경환, 안경률, 이병석, 배영식, 백성운, 안홍준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들 뿐 아니라 민주당 전월세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혜영 의원 등도 참석했다. 또 영화배우 문소리 씨의 아버지인 문창준 한나라당 서민특위 택시대책위원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자인 권영진 의원이 행사를 주최한 홍준표 최고위원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객석에서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벤트'로서 행사가 성공했을지 몰라도 참여연대가 제안한 정책을 한나라당이 얼마나 소화해 낼지는 미지수다. 이날 건의된 정책들 대부분에 대해 한나라당은 그간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최고위원은 "참여연대에서 중요한 정책 제안을 많이 했다. 본질은 이 정책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제안된 것은 정부와 협의해 현실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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