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파동과 관련해 원세훈 국정원장이 4일 고개를 숙였다. 원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정보 총괄기관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했다.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 안 했다'라고 말하나?"
그러나 원 원장은 국정원의 개입 의혹 자체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인가"라는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서도 원 원장은 "인정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애매모호한 답변을 놓고 질타가 이어지자 원 원장은 "어느 나라 정보기관도 이런 일을 '했다, 안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원세훈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원 원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최 의원은 또 "국정원의 기조는 NCND이지만 이제 국정원의 시인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안했으면 안했다고 해야 하는데 '뭐라고 드릴 말이 없다'는 말을 한다. 드릴 말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난했다.
이날 정보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한 국정원을 거센 어조로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송구스럽다'는 원세훈 원장의 발언은 국정원이 송구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데 대해 송구스럽다는 뜻"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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