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번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과정에서 국방부와 국정원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남수 3차장, 청와대 위기상황팀장 출신
▲ 현 정부 출범 이래 최고 위기에 처한 국정원ⓒ국정원 제공 |
국정원은 2009년 가을 조직개편을 담당하면서 대북업무가 주였던 3차장 산하 업무를 과학정보 수집과 특수업무 등으로 개편했다.
당시 산업보안단의 기능도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마스터플랜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밝혔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특사단과 우리 측의 분위기가 우호적이다. 인도네시아 측도 "(국정원 직원들이 들어간) 그 방에는 기밀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직접적 배경인 T-50 고등훈련기 수출 문제는 국방부 담당이었던 것.
이런 까닭에 국정원과 국방부의 알력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방부 쪽은 '인도네시아 측과 협의가 아주 잘 되고 있었는데 국정원이 불필요한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112'번호로 경찰에 신고한 사람이 인도네시아 주재 국방무관인 문모 대령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과 '물 밑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방부가 산통을 깼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은 '인도네시아 측의 요청으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사건의 총책임자 격인 김남수 3차장의 이력도 국방부와 국정원 갈등설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9월 현직에 임명된 김 차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 출신이다. 하지만 김 차장은 지난 해 12월 연평도 포격 이후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8월 공격계획을 포착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청와대와 국방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는 "그런 구체적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표했었다.
김 차장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출범한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의 팀장을 맡으며 지난 4월까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청와대 근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3차장으로 영전했다는 이야기다.
원세훈, 이번에 경질될까?
국정원의 실패한 공작이 낱낱이 밝혀지고, 또 산업보안단이라는 부서명까지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외국 특사단이 대통령을 면담하던 시점에 감행한 어이없는 공작의 적절성 여부 △첩보수집이 고유한 업무인 정보기관의 무능이라는 두 가지 쟁점 외에 △사건 발생 이후 국정원의 내밀한 정보 유출 이라는 쟁점이 떠오르고 있는 것.
'롯데호텔 20층에 국정원 방이 있다'는 등의 사안까지 밝히며 보도 경쟁에 여념이 없는 언론들도 "이런 사실이 밝혀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이야기가 여권 고위관계자 발로 나오는 가운데 해묵은'TK대 反TK' 대립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공작과 실패까지는 그렇다치더라도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언론의 '빨대'노릇을 하는 인사가 누구냐는 것이다. '아덴만 여명'작전 이후에도 시시콜콜한 보도가 문제가 됐지만 이는 국방부와 군 당국의 자세한 홍보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청와대도 공식적으로는 "보고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황망한 분위기다. 조심스럽게 "원세훈 원장의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들도 있다.
이제 공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취임 3주년을 앞두고 엉뚱한 선물을 받은 이 대통령의 결단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냈고 현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군미필자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장 자리에 앉은 원 원장은 그야말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후 급변에 따른 국정대응 방안을 주제로 집중 토론이 진행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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