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MB, 왜 공약 못지키는지 논리 제시해야"

김황식 "공약보다 실정법이 더 중요해"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벨트 말뒤집기'에 대해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0일 발행된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법이나 공약을 지킬 수 없다면 왜 그러한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입법조사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놓고 세종시 수정안에 버금가는 정치적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속히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과 소모적 유치 경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합리적이고 적법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입법조사처는 이어 "충청권에서는 법적 절차에 앞서 대통령의 충청권 공약에 대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고, 타 지역은 법에 따른 지정 방식이라면 충청 이외의 지역도 후보지임으로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과학벨트 계획은 2007년 11월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발표됐다"고 확인을 했지만, "입지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과학벨트 자체에 대한 입지가 공약집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해도 이 공약집의 '대전 충남편'에 수록돼 있는데다, 대통령은 수차례 "충남에 유치하겠다"는 발언을 해 왔다.

이를 고려한 듯 입법조사처는 "과학벨트 법안에는 입지가 명시돼 있지 않다"고 현재 통과된 법안과 관련한 '팩트'를 내세우면서도 "입지 결정은 법률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함과 동시에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 사항(충남 유치)의 준수에 대하여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가 지적한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한 공약을 지킬수 없는 이유에 대해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공약집에 없다"고 '실언' 내지는 '거짓말'로 오해받을만한 말을 했고, "표 때문에 한 말"이라고 자신의 과거 발언 자체를 스스로 깎아내렸을 뿐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같은 결론은 행정부와도 온도차가 꽤 크다.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대통령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실정법이 정한 절차가 더 중요한 원칙이고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약을 뒤집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