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도 '개헌 불가능론'이 팽배한 가운데 이재오 특임장관이 '승부수'를 띄웠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 장관은 7일 자신의 트위터에 "2007년 4월 13일 한나라당은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키로 당론을 확정했다"며 "그 후 한번도 이 당론이 변경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개헌 안한다'는 방향으로 당론 변경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일(8일)부터 3일간 있을 개헌 의총에서 청와대의 개헌 추진 방침에 대한 극심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표결까지 가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 친이계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이 장관의 의지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장관은 이어 "87년 체제 헌법은 유신헌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권력 구조만 바꾸는데 치중한 면도 있다"며 "선진일류국가에 걸맞은 헌법을 갖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이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자꾸 '박정희 군사 독재' 얘기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지난 79년 한 강연장에서 대통령의 딸(박근혜 전 대표)을 비방하고 유신정권을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던 경험이 있다"는 과거 사실도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표결' 의지를 내비친 것이 친이계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친이계 최대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73명 중 불과 35명만 이 장관과 함께하는 개헌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친이계 내부에 개헌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개헌을 추진하고자 하는 여권 핵심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여권 인사는 최근 "이 대통령이 일부 여권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시대정신과 시대흐름에 맞는 참신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게 좋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공천 물갈이'를 시사할 수 있는 발언이다. 결국 개헌 의총을 통해 개헌 찬성파와 반대파를 가려내고 반대파들을 대상으로 '19대 총선 공천 살생부'를 작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처럼 개헌 동력을 억지로 '짜내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개헌 시계(視界)'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개헌 반대파이자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개헌이 친이, 친박 계파가 아닌 일부 특정 세력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며 "친이계 의원들 중에서도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헌이 한나라당의 당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127명이었는데 그 중 실제로 개헌 특위 구성에 참석한 사람은 36명에 불과했다"며 당론 결정 당시에도 명분이 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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