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구제역 피해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출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재정 지출과 비교해 무려 네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수산식품부 신현관 축산정책과장은 7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주최로 열린 구제역 및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은 정부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인 2008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정부는 구제역 피해 보상 등과 관련해 1조 8538억 원을 지출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인 8년 동안 지출한 4400억 원 보다 무려 1조 4000억 여 원을 더 썼다. 지난해 11월 부터 현재(1월 24일 기준)까지 재정 지출액만 1조 7000억 원 가량이다.
게다가 이는 지자체 방역비 및 간접 피해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지자체가 청구 예정인 금액까지 하면 2조 원을 훌적 넘길 전망이다.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인 최병국 의원이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망한 피해액 추정치는 3조 원이었다.
신 과장은 이같은 구제역 및 AI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축산업 허가제 도입, 방역 기준 및 악성가축질병 발생 국가 방문시 신고 의무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농수산식품부에 각종 검역원을 통합해 검역검사본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이다. 일각에서는 추경 예산 편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 정부는 구재역 관련 재정 지출 가용 금액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자연재해 등에 쓸 수 있는 예비비가 1조 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금방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추경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작년 5월에 '겨울 구제역' 지적했건만…결국 여기까지 와"
정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 토론회를 주최한 당 중앙위 정보과학분과 정연태 위원장은 "(11월) 구제역 발생 훨씬 이전이지만 작년 5월에 (구제역) 관련 부처 사람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 제기했던 내용이 있는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내가) '연말에 갑자기 추위가 왔을 때 구제역,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또 살처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것이 가장 쉽고 안전하고 그렇게 해야만 청정국가 지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최병국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작년 11월 발생 구제역 때문에 두 달만에 310만 마리 가축이 살처분, 매몰됐고, 보상비 방역비 피해액이 3조 원 웃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방역에 동원된 공무원이 쓰러지거나 아까운 목숨을 잃는 비극도 나타나고 있다"며 "소도 울고, 농민도 울고, 국민도 운다. 정말 대재앙이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작년 12월 초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 때문에 가금류 52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 축산 농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이를 종식시키고 앞으로 유사 사례거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현재 국가지대사"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가 지역구인 황진하 의원은 "구제역 감염 확산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적 재앙에 이르렀다"며 "통계를 보면 파주에 14만 9000두의 소, 돼지가 있는데, 돼지는 91%, 소는 38%가 살처분 돼 거의 축산 농가가 괴멸 상태"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황 의원은 "이미 처분된 소, 돼지, 가금류는 어쩔수 없이 보상 받고 지나갔다고 쳐도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닥치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축산업을 다시 할 것인지, 평생을 축산에 몸 바쳤는데 무슨 직업으로 전환하는지, 이게 큰 국민의 걱정거리다. 반드시 확실한 대책을 세우는 게 우리 정부의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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