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정동기 낙마 파동'으로 촉발된 당청간 소통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쓴 소리를 한 뒤 본인도 지도부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간 갈등이 봉합됐다는 이야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어제 모임은 대통령이 화가 좀 나있었고 그것을 더 길어지지 않게, 빠리 풀기 위한 자리였다"며 "대통령이 마음을 풀었다. 안 대표가 '제가 (정동기 사퇴 요구를) 그랬다. 잘못된 일이다. 심기일전 하겠다"고 사과했고, 이 대통령은 '당청은 한몸이다.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그것을 항상 염두해두고 임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대화를 전했다.
'정동기 낙마 파문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수 없고 짐작을 해 보라"고만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여러가지 이슈가 있잖나. (정동기 낙마 파문 관련) 방법론에 있어서 잘못됐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잘하자'는 취지로 말했다. 그리고 (만찬에서) 막걸리 드시고, 나와 안 대표가 사과했고, 이후 이 대통령이 '쓴소리'를 한 뒤에 (당 지도부에도) 유감(사과의 의미)을 표명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당 내에는 여전히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고 당 지도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당청 관계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회동으로 이 대통령이 당 지도부간에는 묵은 '앙금'을 떨쳐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내 소장 개혁파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청와대 불신 그룹'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정동기 낙마 파문은 부적절한 인사를 내정했던 청와대에 1차 책임이 있는 문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내정 철회를 요구한 집권 여당의 대표가 먼저 이 대통령에게 사과한 모양새는, 현재 당청간 권력 구조 수직적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안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가 부쩍 강조하는 "당 우위"의 모습이라기보다, 당이 대통령의 격노에 일일이 반응하며 쩔쩔매고 있다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은 오는 27일 예정된 당정청 회의를 진행하고,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던 당정청 9인 회동도 복원하기로 했다.
"MB, 구제역 초기에 '백신으로 가라' 했는데 농림부가 반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소말리아 해적 소탕과 관련해 '자화자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관련 인질 구출 작전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이 대통령은 "청와대 벙커에서 작전을 직접 다 보고 그랬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해적 소탕 작전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고 이 대통령은 (작전 실행) 결단과 작전 시행 시간 보고 등을 직접 다 받으셨다"고 전했다.
사상 유례 없는 구제역 사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사건 초기 "살처분으로 막을 일이 아니다. 백신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 참모 중 한 사람이 이 대통령은 백신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농식품부 쪽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렇다고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상황 대처에 미흡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아니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유 장관 경질 등에 관한 얘기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얘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얘기, 동남권 신공항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벨트는 내가 '빨리 결정을 해달라'고 (청와대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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