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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서울시…"한강르네상스 사업만 좀 줄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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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는' 서울시…"한강르네상스 사업만 좀 줄여도…"

동대문 노점상들의 생존권 문제는 '진행형'

"직원들이 일을 너무 잘 해서 그렇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사업만 해도 그렇다. 노점상 문제를 해결한 것은 청계천 못지않은 대단한 일이다. 생존권이 걸린 그 어려운 일을 대화를 통해 큰 충돌이나 사고 없이 마무리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청계천이라는 치적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눈에 띄는 업적이 없다'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자신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점상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동대문 노점상들의 생존권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 동대문 중앙상인회가 주관한 '노점상 대책 공청회'는 서울시의 불참 통보로 서울시의 노점상 대책을 성토하는 토론회로 대체되었다. ⓒ프레시안

서울시 불참 속 노점상 살리기 토론회 열려

14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동대문 중앙상인회 주관으로 '노점상 함께 살기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전날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주위의 야간 노점들은 용역 직원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했다. 지난해 디자인플라자 건설을 위해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할 당시 벌어졌던 고공농성과 격렬한 충돌이 재현될 것이라는 불안이 상인들에게 퍼진 상태였다.<☞관련기사: "오세훈 시장 업적 위해 우리가 죽어야 하나">

본래 이 자리는 서울시 관계자와 노점상 대표가 만나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공청회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김성수 민주노동당 민생2국장에 따르면 서울시 측은 "그 자리에 나갈 이유가 없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서울시의 불참으로 민주노동당과 전국노점상총연합, 동대문운동장주변 노점상 함께살기 대책위원회 소속 상인들이 모여 서울시의 노점상 대책을 성토하고 대책을 고심하는 자리가 됐다.

기조발언에 나선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자영업이 존중받도록 노력해야 할 행정이 오히려 사람 사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서울시와 담당 부처는 노점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중 자격으로 참석한 최성훈 민주당 중구지역위원회 정책실장은 "현재 여러 분야에서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는 야4당이 노점상 문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독려했다.

"노점 총량제, 숫자놀음…빈곤층으로 전락할 것"

▲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프레시안
홍기돈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의정지원부장은 "서울시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만들었다는 노점특화거리 조성사업 자체가 사실은 노점상을 거리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노점특화거리는 규격화된 노점을 보행에 지장이 없는 거리에 배정하는 것으로 현재 서울의 19개 지역에서 총 1208개가 운영되고 있다.

홍 부장은 "서울시는 노점특화거리에 들어가려는 이들을 노점실명제, 이른바 노점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등록된 노점상은 자신의 금융정보 공개에 동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조금이라도 재산이 생기면 노점을 운영할 자격을 박탈함과 동시에 신규 노점 진입은 허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노점 총량을 줄어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위기로 노점이 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점을 몰아내려는 서울시의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홍 부장은 또 하나의 근거로 서울시가 노점특화거리에 선정 받지 못한 이들에게 제공하는 '희망 드림 프로젝트' 사업을 들었다. 희망 드림 프로젝트는 영세상인들에게 300만~1000만 원을 대출해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일자리 알선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사실 그런 대출규모는 노점특화거리용 점포를 직접 사야 하는 노점상들에게나 소용이 있지 노점을 접고 다른 창업을 알아봐야 하는 이들에겐 터무니없이 부족한 자금"이라며 "교육기회 제공과 일자리 알선 등의 프로그램도 노점상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 본래 운영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의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노점 총량제라는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정책을 그대로 따르면 결국 대부분의 노점상은 저소득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한 노점상인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다리 밑에 내려놓고 있다 ⓒ프레시안

"오세훈 시장이 만든 자율위원회, 일반 시민 홍보용일 뿐"

최인기 전국노점상총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기존의 강압적인 단속보다 더 교묘한 수법으로 노점상을 와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사무처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노점상 문제에 접근했지만 확실한 대책은 없었던 시절"이라며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기존의 단속보다 노점상 개선 자율관리위원회 등을 설치해 사뭇 개혁적인 뉘앙스를 풍겼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율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노점상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이들이 소수에 그쳐 유명무실하게 된 것. 최 사무처장은 "보통 10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 대표 중 노점상 측 대표는 1~2명에 그치고 나머지는 시에서 관리하기 쉬운 이들이 채웠다"며 "사실상 자율위원회는 노점상 대책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 시가 노점상을 유화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최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동대문 운동장에서 풍물시장으로 옮겨간 상인들 대부분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노점상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는 것 못지않게 시민단체나 진보정당과 연합해 일반 시민들에게 입장을 적극적으로 호소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동대문지역 노점상들은 지난해 동대문운동장 철거 당시 벌어졌던 갈등이 다시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프레시안

"한강 르네상스 예산 돌리면 지원 충분해"

노점상 함께 살기 대책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나온 양연수 씨는 "해외 관광객들은 오세훈 시장이 지어놓은 건축물을 보러오는 게 아니라 한국의 정서와 한국인들이 사고파는 물건들을 보러오는 것"이라며 "서울시는 항상 뭉쳐 싸우면 협상안을 들이밀었다가 이를 받아들여 조직이 흐트러지면 약속을 철회하곤 했다"며 기본생본권을 위해 단결할 것을 주문했다.

홍기돈 의정지원부장 역시 "오세훈 시장이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만 해도 3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런 사업 하나만 취소해도 노점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가능하다"며 "당장은 내몰리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계 대책 차원에서 시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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