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도 성향의 소장 개혁파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 실용' 기조와 관련해 "내용이 부족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 대통령이 '중도 실용'의 '이니셔티브' 자체는 효과적으로 선점했지만 실질적 내용 및 실천 등의 문제에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당내 소장 개혁파인 권영세, 나경원,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이 14일 '중도 실용과 정치 개혁을 논한다'는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지지율 상승에 대한 신중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李 대통령 중도 실용 "말의 정치에 머물러"
토론자로 참석한 남경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실용 기조에 진정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며 "정부정책이 전체적 기조에서 모순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거나, 단편적인 단기 처방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남 의원은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상승은 '친서민 중도 실용' 노선의 성과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국정운영 기조의 수정에 대한 '동의의 표시'로 봐야 한다"며 "아직은 말의 정치에 머물고 있다. 시스템화 된 중도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4대강 문제, 비정규직 해법, 부동산 시장 과열, 감세 기조 유지 등 정책에 있어 (중도 실용 기조는) 미흡하다. 보수적 스탠스에서 복지, 일자리, 환경, 인권 등 진보적 가치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통합 없는 중도실용주의는 실패할 것"
장정수 전 <한겨레> 편집인도 "현 시점에서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가 진정성에 입각해 국민통합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확고한 국정 철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며 "개혁과 통합이 없는 중도실용주의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역대 정권은 통합정치를 표방했지만 정치적 수사로 끝나 실패했다"며 "이 대통령의 통합 정치가 성과를 거두려면 지역, 세대간, 계층간, 이념적 통합 등 4대 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전 편집인은 "지역 통합 측면에서 충청권 출신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총리로 발탁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하며 "세대간 통합을 위해 인터넷 규제를 완하하고, 사회 복지를 확대해 계층간 위화감을 해소해야 하며, 집권당이 극단주의 인사들을 배제하는 이적 쇄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윙 보터' 잡으려면 '중도'로 가야
발제자로 나선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향후 선거·정책 입안 등의 과정에서 이른바 '스윙 보터'(고정된 지지 정당이 없는 계층)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대 담론이나 경직된 이념의 현실 정치가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노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가 가속되고 주관적으로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수가 줄고 있다"는 것과 "'쇠고기 촛불집회'에서 보듯 80년대가 '거대 담론'의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생활 정치가 중요해진 시대"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행보'를 뒷바침할 수 있는 담론이 부재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한 이 토론회에는 온건 성향의 민주당 정장선 의원, 장정수 전 <한겨레> 편집인 등 야권, 진보 성향 인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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