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틀째 대구경북 지역을 찾은 것을 두고 '대권 도전에 앞서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4일 "토끼는 남이 낸 길을 가지 않고 자신이 낸 길만 간다"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로 보수 신문 지면을 뒤덮었던 박 전 대표가 특유의 '비유'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강행군'을 이어갔다. 오전에는 자신의 지역구인 달성군의 복지시설을 찾았고, 오후에는 대구시당 여성정책 아카데미 신년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여성 당원들을 상대로 "신묘년 토끼해는 여성의 해"라며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토끼는 남이 낸 길을 가는 것보다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동물이라고 한다. 여성 정치를 꿈꾸시는 여러분의 길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는 과거 남성 정치인 중심의 문화와 비교해 여성 정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라는 게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여성의 삶 자체가 정치이고,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이 정치"라며 "여러분이 피부로 느끼는 교육, 일자리, 복지, 치안 문제 등을 결정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 정치도 '생활 정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여러분과 같은 여성 리더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여성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관심갖고 정치에 참여할 때 권력 정치를 생활정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차순연 여성아카데미 총동창회장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를 모아줘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대구, 경북 노인회, 경북도청, 경북도의회를 찾아 구제역 등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구, 경북 소방 본부를 방문해 소방 공무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3일 째인 5일 역시 달성군에 있는 노인회, 경로당을 방문하고, 대구시청, 대구시의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개헌' 논란과 관련해 "이전부터 다 얘기했던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주장한 적이 있다.
'토끼' 얘기는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참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해 묘한 울림을 낳았다. 최근 '복지 화두'를 제기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견제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정당은 정체성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 정권 창출을 위해 모여 있는 곳"이라며 "당 내에서 하는 모든 정치행위는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을 기초로 하는 정체성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분위기에 따라, 표심에 따라 우왕좌왕하게 될 때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보고 지지하던 기반 표가 이탈해 선거에 패한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치 지도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의례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크게 대서특필하면서 언론이 부추기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지나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박근혜 집 앞에서 시위하던 노조원 11명, 경찰에 연행
한편 이날엔 박근혜 전 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던 영남대의료원 노조, 대구경북 골재원 노조 조합원 11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표의 집 앞에서 피켓을 들고 면담을 요구하다가 연행됐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집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의료원노조 조합원들은 복직 등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영남대 이사장을 맡았었고, 현 영남대 이사진도 박 전 대표와 관계가 깊다. 이들은 지난 7월 박 전 대표의 대구 방문 과정에서 기습 시위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손등이 약간 긁히는 부상을 당했었다.
골재원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보상을 요구했다. 4대강 사업 때문에 골재 채취를 금지당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골재원 노조는 수차례 서울을 방문해 박근혜 의원실을 찾기도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존권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청해 왔던 것. 실제 이들의 생활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경북 지역 70대 골재채취업자가 4대강 사업 때문에 사업권을 박탈당하자 자살을 한 일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당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운하 사업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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