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개헌과 관련해 4일 "나는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는 박근혜 전 대표의 '개헌론'과 거의 일치한다. 김 원내대표도 "(박 전 대표와) 큰 방향은 같은 방향이고, 또 작은 것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헌법을) 바꾸는데 여야가 합의만 보면 몇 달 만에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며 "올해 초부터 시작해 6월 전에 충분히 결론을 낼수 있다. 만약 그때까지 결론이 안 나면 소모적 논쟁은 하지 말고 논의 자체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혼자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권력 집중이 제일 문제"라며 "대통령 혼자 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기 때문에 업무도 나눠야 하고 권력도 나눠야 하고, 특히 우리나라처럼 동서간 쫙 갈려서 지역 감정이 망국병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권력은 두 세 분에게 분산해서 서로가 사이좋게 나눠 가지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신년 연설에서 매년 되풀이하던 개헌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개헌이나 정치 개혁과 같은 '정치 문제'를 정초부터 거론하면 괜히 분란만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맡겼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이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강행 처리 직후 개헌론을 꺼낸 것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교감 없이 개헌 얘기를 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찾아 큰 틀에서 개헌 추진에 합의한 것도 여권 고위층의 개헌 추진 흐름과 무관치 않다.
당내 친박계를 설득함과 동시에 제 2야당인 자유선진당의 협조를 얻는 등 '투트랙'으로 명분을 축적해 민주당을 압박한다는 시나리오로 읽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헌) 꿈꾸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개헌을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제1야당의 반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 당내 친이-친박간 인식 차이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야당과 개헌 추진에 합의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사들도 한나라당에는 적지 않다. 개헌 논의 착수 여부를 떠나 당에 '개헌 불가능론'이 팽배한 상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는 등 '레임덕 정황'은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어 추진 동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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