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더라"는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여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앞으로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 어려운 시기에 여당 대표로서 저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실수로 인해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저는 지난 며칠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느꼈다"며 "앞으로 여당 대표로서 모든 일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리고 당을 화합시켜 집권 여당으로서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 서민생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대표가 바짝 엎드려 사과한 것은 2009년 원내대표를 지내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른바 '좌파 주지' 발언으로 명진 스님과 갈등을 빚어 불심을 악화시켰을 때도 어물쩍 넘어갔고, 아동 성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지난 10년간 좌파 교육 때문"이라고 표현했다가 뭇매를 맞았지만 역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해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한, 이른바 '보온병 발언' 파문 때에는 방송 카메라 기자들의 '연출' 의혹을 역으로 제기해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안상수 퇴진론 '스멀스멀'
그러나 안 대표에 대한 민심은 싸늘해질대로 싸늘해진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여기자들과 오찬 자리를 갖고 문제의 발언을 했던 것이다. 안 대표의 최근 모습을 지켜본 한 의원은 "안 대표가 멍하게 패닉 상태로 국회에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아동 복지 시설 방문을 돌연 취소해 온갖 억측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측근은 "감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했다. 사퇴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는데 사퇴를 하려고 했으면 보온병 파문 때 했지, 지금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성형 안 한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한 것은 20~30대 여성층 유권자들이 여권에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안 대표를 유임시킬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코피를 쏟으며 연말 행사에 다녀왔는데, 안상수 대표의 '자연산' 발언으로 한방에 날려버렸다", "누가 총선 때 안 대표에게 유세를 부탁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오는 등 불신감은 극에 달해 있다.
안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은 없지만, 조기전당대회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 대표가 임기 1년을 맞는 7월 이전에 안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바닥에 떨어진 지도부 위신을 다시 새우고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당 대표 임기 1년을 넘기면 안된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에는 2년인 대표최고위원의 임기를 규정하고 있으며, 임기 1년 전에 대표직이 공석이 될 경우 조기 전당대회를, 1년을 채운 후에 공석이 될 경우 직전 전당대회 차점자가 대표직을 승계하게 돼 있다.
현재 수도권 2~3곳에서 내년 4월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승패를 예상할 수 없지만, 4월 재보선 결과를 본 후, 안 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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