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 화두는 '햇볕정책'…홍준표·남경필 '격돌'

홍준표 "종북주의자나 하는 일을" VS 남경필 "공개 토론 하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햇볕정책을 일부 포용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한나라당에서 '금기'인 햇볕정책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남 의원의 주장을 홍준표 최고위원이 23일 맹비난하고 나선 것.

또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시 이를 상정하지 않겠다고 한 남 의원에 대해 홍 최고위원이 "종북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남 의원은 "홍 최고위원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대꾸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등 날을 세웠다.

홍준표 "인기몰이 하나" VS 남경필 "공개토론해 보자"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을 포괄하는 제3의 대북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남 의원에 대해 홍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은 지난 10년간 퍼준 물자로 핵개발을 하고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어떻게 평화시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그것은 위장평화시대인데, 한나라당 중진 의원이 그 정책 (햇볕정책)이 옳은 정책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참 놀라운 이야기"라고 남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홍 최고위원은 "국가안보나 국익문제에 부딪쳤을 때 당파적 접근이나 인기몰이식 발언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 최고위원은 또 "한-EU FTA는 또 찬성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한미FTA에만 반대하는 이유는, 실용적인 국익에서 접근하지 않고 종북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그것만 반대하는 것"이라고 민주당 등을 싸잡아 비판한 후 "여야가 합의해서 올라오지 않으면 FTA를 상정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는 것은 외통위를 책임지고 있는 위원장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남경필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전날 제가 발언했을 때 홍 최고위원이 그 자리에서 입장을 밝혔다면 당당한 토론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태도"라며 "공개 토론을 하자"고 날을 세웠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은 북한의 무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만, 큰 틀에서 남북관계가 화합으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대북 포용정책은 노태우 정부부터 일정 동의했던 부분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남 의원은 또 "홍 최고위원에게 반문하고 싶다. 다시 문을 부수고 폭력을 수반해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하자는 말이냐"며 "나는 폭력이 동원된 상황에서 강제로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 의원은 이어 "한미 FTA를 반대하고 한-EU FTA를 찬성하는 게 종북적 발상이라고 했는데 둘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이를 종북주의자로 모는 것은 집권당 최고위원으로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맹 비난했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선 핵폐기, 후 경제 지원)에 대해서도 좋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홍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 3000 정책을 정말로 북한 측과 적극적인 대화노력을 통해서 이루려고 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부가 반성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며 "고 박왕자 씨 금강산 피살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대북의 대화 창구는 단절이 됐는데 (이후에 대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진다. 융통성 없이 한미군사동맹에만 의존하는 그런 정책을 펴온 것이 상당히 지금에 와서는 부담이 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