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연임로비 의혹관련 내사를 시작한 지난해 5월께 이후 1년 반 가량을 "알아보겠다"는 말로 일관한 후 내린 검찰의 잠정 결론이 '천신일 개인비리' 선에서 내려진 셈이다. 물론 천 회장 구속 후 추가로 남 사장 관계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 의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의 친구를 구속했다는 것만으로 검찰 입장에서는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문제지만, 검찰 안팎의 사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과 천신일 회장의 연루설에 대해 질의를 듣고 있는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
김준규 검찰총장-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나 떨고 있니"
천신일 회장은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실마리'와 같은 존재였다. 실제 남 사장 의혹과 관련해 천 회장의 이름은 여러 군데에서 등장한다.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월 3월 취임한 남 사장이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 인사 물갈이'가 한창인 상황을 뚫고 2009년 2월 연임에 성공한 과정에서 정권 실세에게 금품으로 로비를 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남 사장이 자신의 친구인 고 김재정 씨(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이자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의 부인을 통해 김윤옥 여사에게 1000달러 짜리 수표 뭉치를 줬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물론 남 사장은 강기정 의원을 고소하면서까지 이같은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었다.
대우조선해양에 한나라당 출신 인사들이 경영 고문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든지, 남 사장의 매제가 현 정권 실세로 불리는 김회선 전 국정원1차장이라든지, 천 회장에게 금품을 건넨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 대우조선해양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납품 단가를 올려줘 이를 보전토록 했다든지 하는 남 사장과 대우조선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법무부 이귀남 장관은 "들여다 보고(내사하고) 있다"고만 말해왔다.
▲ 한명숙 전 총리 ⓒ뉴시스 |
문제는 '한명숙 뇌물 수수 사건'조차 현재 난관에 부딪힌 상태라는 것. 한 전 총리에게 10억 여원을 전달했다던 한만호 씨가 재판정에서 "검찰의 압박에 의해 얘기했던 내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4월 곽영욱 씨가 한 전 총리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를 번복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던 사례의 판박이다.
검찰이 "물증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같은 굴욕이 재현될 경우 현 수뇌부 책임론은 필연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승승장구하던 노환균 앞길에도 '빨간불'
검찰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검찰 조직은 한번의 실수도 용납이 안되는 조직"이라며 "곽영욱 사건에 이어 한만호 사건까지 뒤집어지면, 지금 고위직 간부들 중에 옷 벗을 사람이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검 중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원인이 된 '박연차 사건' 이후 한동안 '폐지론'에 시달리다 의욕적으로 착수했던 C&그룹 임병석 회장 비자금 사건도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에서는 "현재 C&그룹이 거래했던 모 은행과 관련된 야권 거물급 정치인의 비위 혐의를 포착했다"는 말도 흘러나오는 등 임 회장 구속 이후 검찰의 수사 과정은 주목할만 하지만, 임 회장이 현재 자신의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정치인과 관련된 돈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승승장구하던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특수부 수사 등의 경험 없이 총장직에 오른 김준규 검찰총장의 앞길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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