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21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핵·개방·3000'(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은 변화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규탄하지만, 그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비핵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만한 (다른) 여건들을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의원은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 수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햇볕정책이라는 흐름과 비핵개방 3000이라는 조건들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제3의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하나의 대북 포용정책과 비핵·개방·3000이라고 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대화협력, 이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는데 이 두 가지 흐름이 일정한 의미와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북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는 DJ-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실패한 정책"이라고 못 박고 있다. '안보무능론'이 제기될 때마다 "지난 정부 10년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정략적인 태도를 취하기에 햇볕정책 실패론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 햇볕정책을 새로 평가하는 시도는 거의 '금기'에 가까운 상황이다.
"여러 사안에 친이계 단일대오 형성 안 돼"
남 의원은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관련해 "공천권, 상임위 절차 제도 미비, (수평적이지 못한) 당청관계 문제 때문"이라며 "다음 (2012년) 총선에서 대통령이나 어떤 분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군말없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원된 것이 차기 총선 공천을 위한 윗선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 공천을 좌지우지 할 경우에 대해 남 의원은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총선은 망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이계가 이같은 제도적 개선에 동의하겠느냐"는 질문에 남 의원은 "일각에서는 친이계는 이미 무너졌다, 없다, 이미 해체된 지 오래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여러 사안에서 (친이계는) 단일대오 형성 같은 것이 안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에 내정된 것에 대해 남 의원은 "이 인사가 당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를 위시한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외압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현재 당청 관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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