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 중화산동 효자교 언더패스 도로 위 선혈이 낭자하다. 전주천의 귀염둥이 수달이 죽었다. 지난 2월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두 번째 로드킬이다. 죽은 수달은 몸길이 75센티미터 남짓에 몸무게는 7킬로그램 수컷이었다. 지난 5월 전주천 서신보에서 어미 곁을 돌며 물장구치고 재롱을 피우던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 시민들과 눈까지 맞추던 새끼 수달일 것이다.
수달 가족이 모습을 감춘 뒤 두 달, 어미 품을 벗어나 잘 살고 있을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비명횡사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SNS를 통해 소식은 접한 시민들의 마음도 다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자취를 감췄던 수달 가족이 서신보 일대에 다시 나타났다. 예전과 다른 점은 두 마리였다는 것. 보이지 않는 그 한 마리가 로드킬 당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수달 모니터링을 하는 청소년 회원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제발, 우리 가족을 지켜 줘" 부탁하는 것 같았다.
2월에 로드킬 당한 수달은 몸길이가 112센티미터 몸무게가 10킬로그램에 육박한 수컷 수달이었다. 빗물 수로나 하상도로 안전 가드레일이 뚫린 곳으로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헤매다가 차에 치인 것으로 보인다. 안전 펜스가 완벽하지 못하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감옥 창살이다.
이렇게 보낸 수달이 네 번째다. 긴급 대책이 필요했다. 남은 한 마리가 독립할 경우 이곳을 새로운 서식 공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급하게 토론회를 추진했다. 야생동물을 지키는데 청춘을 보낸 로드킬 전문가 국립생태원 최태영 박사와 청소년들과 수달 모니터링을 하는 한은주 팀장이 로드킬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 서식지 보호 방안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 등 5개 수달 보호구역 지정 방안을 비교 발표했다.
사람과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을 감추지 않은 전주천 수달은 자연과 사람을 잇는 메신저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귀하다. 거리가 멀어진 문명과 자연의 거리를 좁혀주고 이어주는 전주천 수달. 이제 우리가 세상의 속도를 줄이는 실천으로 신호를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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