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월) 보궐 선거를 의도적으로 띄울 필요는 없다. 서민들이 살기 힘들다. 선거 얘기를 자꾸 하면 (서민들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7일 한나라당 정몽준 신임 대표와 오찬 회동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얘기는 이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은 경제가 나빠질 때 제일 먼저 체감하고, 반면 경제가 좋아질 때는 제일 나중에 느끼게 돼 있다"고 말해 향후 선거 등의 정치권 일정보다 친서민 행보에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10월 재보선에 대한 의미부여를 차단한 데에는 박희태 전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 등으로 자칫 '정권 중간 평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직후에도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이 "중도 실용 노선과 친서민 정책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그동안 일관되게 해온 일들인데 이제 성과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새만금과 연결되는 '동서 고속도로' 검토할 필요 있어"
정몽준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국장을 잘 치렀고, 그것이 국민화합에 기여를 했다. 앞으로 동서 화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동서 고속도로 건설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새만금과 연결되는 동서 고속도로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터널이나 교량을 굉장히 많이 만드는 문제가 있지만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4대 강 살리기 예산이 22조 원이 아니고 16조 원인데 그 가운데 8조 원은 수자원공사에서 담당한다. 4대 강 예산 때문에 지역 SOC(사회 기반 시설) 예산이 줄어든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대 강 사업은 (UN 산하 환경 전문 기구) UNEP에서도 기후변화나 친환경적 녹색 성장 산업으로 선정해 발표한 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은 7시 반에서 8시 50분까지 진행됐다. 청와대에서는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김해수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당에서는 장광근 사무총장,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조해진 신임 대변인이 배석 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식사 후 20분 정도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조 대변인은 "정 대표가 독대한 자리에서 당청 정례회동을 제안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실무진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에게 일련 번호 1번이 찍히 '당원증'을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비 내라고 주는것 아니냐. 당원증의 의미를 충실히 해야 하겠다"며 "당원증을 주는 것은 감사한데 일은 초당적으로 할테니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 임진강 사태 대비 "대응 댐 만들어야" 주문
청와대 회동 뒤 이어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변화와 개방'을 위한 주문이 쏟아졌다.
친이명박계 이윤성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을 만들어 나가서 당선된 사람은 당에 영입이 됐다. 같은 가족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낙선된 사람은 화합의 차원에서 옛 동지들이 누구나 원하면 당헌당규의 입당 심사 규정을 고치는 과감한 조치를 해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친박계 인사 껴안기'를 주문했다.
이는 최근 양산 재보선과 관련해 '공천 불복'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친박계 유재명 씨의 입당 요구를 받아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 씨는 한나라당 양산 재선거와 관련해 공천 심사를 신청한 상태지만 당 안팎에서는 '박희태 대표가 공천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전직 대표의 당선을 돕기 위해 친박계의 지원 등을 위한 '유화 제스추어'로 보인다.
원외인 박재순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취임한 후 원외당협위원장들을 한번도 불러서 격려를 해준 적이 없다"고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을 옹호했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해 "좋은 말씀이다. 앞으로 특임장관이 되는 주호영 의원이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오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우여 의원은 이날 임진강 참사와 관련해 "북한을 의식하는 것 보다 우리 측에서 북한이 불의의 참사 야기시키는 방류를 하는 것에 대비해서 '대응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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