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결과와 관련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익 균형이 완전히 깨졌고 미국 요구에 일방적으로 밀렸다"고 비판하며 비준 거부를 시사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열린 국회에서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재협상 관련 보고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외신 등의 보도를 통해 내용을 파악한 손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보고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머쓱해진 김 본부장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 본부장이 이날 야당의 '한미FTA 대책 회의'에 참석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야당과 시민 사회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김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하시느라 힘이 들었겠지만 고생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 뒤 "우리가 양보를 한 것이 3조원에 해당하고, 우리가 양보를 받았다고 하는 것이 3천억이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쯤 되면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날 선 발언을 했다.
손 대표는 자동차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3000cc 이하 자동차의 경우 2.5%의 관세율을 한미FTA 체결이 돼서 발효되는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을 5년 연장하게 되면 결국 (2007년 협상에서 3년 연장한 것을 더해서) 8년이나 늦어지는 꼴"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그동안 민주당은 한국 정부를 믿었는데 나중에 지나놓고 보면 미국 정부의 말이 거의 맞았다. 이런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 그리고 이제 와서 변명 삼아 보고를 하는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회의 결과를 전하며 "의원총회을 통해서 한미FTA재협상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을 발표하게 되겠지만 결국 재협상은 폐기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최고위원회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기류를 놓고 보면 '비준 반대'가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손학규 "쇠고기 협상 또 논의하나?"…김종훈 "미국 국내 정치용일 뿐"
민주당 지도부는 또 "미국에서 이미 24시간 전에 공개된 한미FTA재협상 결과를 국회에는 11시 발표 15분 전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난관을 한미FTA를 통해서 돌파하려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교적 결례' 논란까지 일고 있는 이같은 일을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가 "이번 협상과정에 쇠고기 협상이 있었고 수주 내에 (쇠고기 수입 대상의) 연령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며 우려를 표하자 김 본부장은 "미국 측에서는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그런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김 본부장은 손 대표의 거듭되는 쇠고기 관련 질문에 대해 "FTA를 안 하면 안 했지 쇠고기분야까지 협상은 할 수가 없었다. 쇠고기 연령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쇠고기를 양보하면) FTA를 할 필요가 없다"고 대꾸했다.
안상수, 김종훈 동반 입대할라
이어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를 예방한 김종훈 본부장은 "시기적으로 이 일을 잘못했다고 해서 물러나게 되면 해병대라도 지원하려고 한다"며 "나이 들고 힘이 없어 총칼은 못 지더라도 밥이라도 짓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 대표가 "연평도 사태 직후 재협상을 해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고 지적한데 대해 이같이 대꾸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전쟁시 입대'와 같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김 본부장을 맹비난했다.
인터넷에선 벌써 '안상수, 김종훈 동반입대', '안상수는 보온병, 김종훈은 취사병'식의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김무성 "연평도 사태 때문에 더 양보한 것 없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협상 결과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상이 잘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쇠고기 문제만 별도로 추가 협상을 거론하는데 대해 그는 "더 이상 추가로 (쇠고기 협상 문제가) 거론될 일은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과정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미 의회에 자세히 설명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원내대표는 "협상단이 떠나기 전에 충분히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요구를 했기) 때문에 쇠고기 문제가 일체 거론되지 않은 것"이라고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평도 사태 때문에 미국이 막대한 훈련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도중에 협상을 진행해 "근본적으로 협상 조건이 불리한 상황"이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연평도 사태 때문에 더 양보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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