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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홍정욱은 눈치챘다. '햇볕정책 탓' 안 먹히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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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홍정욱은 눈치챘다. '햇볕정책 탓' 안 먹히는 이유를…

[분석] '김대중·노무현 탓' 약발 다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진보주의 정부 때 60억 달러가 북한에 넘어갔고, 그것이 폭탄과 핵무기로 (남한에) 넘어왔다(안상수 대표)"는 거친 언사를 구사하면서 '햇볕정책 실패', '잃어버린 10년'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견'이 나온다.

남경필 의원은 1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햇볕정책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하는 것은 적절한 지적은 아니다"고 말했고 홍정욱 의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집권 3년차 정당이 햇볕정책만 탓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이견'에 동조하는 인사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지난 6.2지방선거 참패를 목도한 수도권 의원들이라는 점이다.

'전정권 심판론'이 6.2지방선거 민심을 관통했나?

5월 20일,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태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골자였다. 그날 저녁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 지원 유세에 나선 정몽준 당시 대표는 "(지난 정권 10년간) 외교 안보가 많이 흔들렸다"며 "지난 10년 동안 나라를 어렵게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와서 다시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심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목청껏 외쳤다.

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5.24조치를 내놓은 후부터 발언 수위를 높여갔다. 30일 자신의 '친정'인 서울 동작구 유세에서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대해 "천안함 사태 관련해 북한과 똑같이 말하고 있는 연탄가스 같은 후보"라고 맹비난했다.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당시 바닥 민심이 좋다는 보고는 끊임없이 당 중앙으로 올라갔다. 급기야 인천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윤성 의원의 입에서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인천 앞바다에서 나서…"라는 말까지 나왔다.

▲ 6.2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구별 지지도 분표 ⓒ중앙선관위

하지만 선거 결과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깼다. 처참했다. 정 전 대표는 다음날인 3일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후폭풍이 휩쓸고 간 뒤 3일만에 만난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지난 정권 인사 심판론" 프레임이 "현 정권 심판론"에 밀렸음을 인정하고 "지난 정부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선거는 현 정부에서 치른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이 "전 정권 심판"을 주장하며 꼽은 주요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김두관 경남지사는 모두 당선됐고,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떨어졌지만 압도적 지지율을 자랑했던 김문수 경기지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전 정부 심판론을 떠나 이른바 '북풍'이 통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의 '최전방'이자 야당 강세 지역인 관악구를 지역구로 둔 김성식 의원은 "이 대통령이 5.24 조치를 발표할 때 전쟁기념관을 장소로 택한 참모를 즉각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장 분위기를 조성해 유권자들이 야당의 '평화' 프레임으로 쏠렸고, 결국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선거는 '전 정권'이 아니라 '현 정권'이 치르는 것"

당시 선거 전략 및 여론을 담당했던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론조사를 믿고 낙관하는 발언을 하는데, 인터넷 민심은 그렇지 않다', '여당이 선거 결과도 나오기 전에 이긴다고 장담하는 법이 어디있나. 불안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징징 짜야 한다'는 보고가 올라갔지만 정두언 당시 전략기획위원장만 호응했을 뿐, 모두가 묵살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가 지방선거의 참패의 원인을 "공천 실패"로 돌렸다. 이 관계자 뿐 아니라 당내 대부분의 인사가 그렇게 보고 있다. 물론 '공천실패론'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는 지방 의원 등 소규모 선거 참패에 대한 설명일 뿐이다. 가까스로 지킨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하고 한나라당은 충청, 강원을 모두 내 줬고, 심지어 경남까지 내줘야 했다. 이는 '공천실패'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다.

"북풍을 빌미로 지난 정권 심판론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꺼내든 것이 '현정부 중간 심판론'을 잠재우기 힘들었다"는 분석은 선거 참패 직후에 유효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같은 분석은 현재 소수 인사들, 특히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그러다 이번에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은 또다시 '낡은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천안함 사태 때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지 불과 8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천안함 사태와 겹친 선거에서 정부 여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민심이 지금이라고 달라졌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달 28일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포격에 대응하는 정부와 군 당국의 조치에 대해 응답자 72%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24.7%였다.

한나라당의 '색깔론',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주장'을 보는 민심은 달라졌다. 내년 4월에는 보궐선거가 있고, 내후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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