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핵심 친이계인 윤진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목하려 하자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당무 중단" 선언을 하고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계 핵심인) 윤진식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친이계와 친박계 간 갈등을 없애고 과거의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친박계가 추천한 인사를 조건 없이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최고위원은 "안 대표가 전당대회 직후 약속했던 탕평책의 일환으로 2명의 최고위원 중 1명은 충청권 친박 인사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추천해달라는 직접적인 말도 있었다"며 "강창희, 김학원 전 의원, 이완구 전 충남지사 등을 추천했는데, 이 분들은 왜 안된다는 것인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최근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하던 분이 최고위원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청와대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의견을 따르는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안 대표를 비판했다.
윤 의원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다가 지난 7.28 재보선 출마를 위해 사직했고, 이후 충주에서 당선됐다.
서 최고위원은 "앞으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나는 최고위원으로서의 당무를 거부한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안 대표는 "이렇게 난리를 피우고 그냥 나가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후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 지명안 상정을 보류시켰다. 이와 관련해 배은희 대변인은 "일단 상정 보류를 시킨 것"이라며 '철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둘러싼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당청관계를 전망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고위원들 모두 민감하게 반응해 왔었다.
서 최고위원의 말대로 윤 의원이 임명될 경우 당이 청와대 아래에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또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서 최고위원이 친박계인 상황이라, 윤 의원 등 친이계 핵심이 지도부에 진출하면 당내 친박계의 전체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8월에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과 가까운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임명을 고려하다가 "나를 욕보이려는 것이냐"는 정두언 최고위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상득 의원의 측근인 김 전 처장이 임명되면 이 의원의 당무 개입 여지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정 최고위원의 '위기 의식' 때문이었다.
지명직 최고위원을 둘러싼 갈등을 떠나, 서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자마자 상정을 보류시킬 수밖에 없었던 안 대표의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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