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막말과 고성이 섞인 극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 속에서 이날 오전부터 정회와 산회를 거듭하는 등 파행을 겪었던 예결위 전체회의는 오후에도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해 예산심의를 전면 거부한 채 국정조사 및 특검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한때 단상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물에 빠지면"…"야당 대표야말로 '더러운 입'"
오전 회의에 이어 한나라당 소속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정각에 개의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곧바로 의장석 단상 앞으로 몰려 나와 정회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황식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질의는 시작됐지만, 의원들은 예산국회 파행사태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공방을 이어 갔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전에는 국회의원과 국민이 물에 떠내려가면 일반 국민을 건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은 물에 빠져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요즘은 국회의원을 먼저 건지는데, 물이 오염될까봐 그래서라고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그것이 국민들이 국회를 보는 시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피켓을 들고 단상에 몰려든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정 의원은 자신의 질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의원장석 주변에서 항의를 계속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두고 "내려오라, 이게 무슨 국회냐, 내려오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은 최근 손학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더러운 손'을 언급한 일을 두고 "그 야당 대표의 입이야말로 가장 더러운 입이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당장 고함과 욕설이 오갔다.
"G20 경제효과가 31조라는데, 그 돈 받아서 4대강 사업하라"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와 자유의 근간이, 골격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이 어느 때라고 민간인 사찰인가, 청와대에서 대포폰을 나눠주며 (민간인 사찰을) 시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 의원은 최근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일었던 '쥐 포스터 사건'을 언급하면서 "포스터에 쥐새끼를 그렸다고 구속하는 썩어빠진 경찰들, 그런 경찰을 통제하지 못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뭐하러 있느냐"며 "민간인 사찰로 국민의 민주와 자유가 망가지는 상황에서 지금 예산이 문제냐"고 몰아치는 모습이었다.
최 의원은 "G20 포스터에 쥐새끼 한 마리 그렸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포스터를 훼손시켜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쥐가 국민의 쌀을 훔쳐가는데 (그림을 그린 사람이) 괘씸해서 그런 것이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최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재앙도 막지 못하는 환경부 장관은 뭐하러 있느냐"고 맹공을 퍼부으면서 "G20 경제효과가 31조 원이라고 하는데 그 돈을 받아서 4대강 하고, 4대강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당장 정회하시오!" vs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한바탕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진 이후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에게 발언권을 넘기며 또 다시 회의 진행을 시도했다.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어이저는 동안 잠시 물러나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단상으로 몰려든 것은 그 직후였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오전에 합의한 것과 다르지 않느냐, 당장 정회를 선언하라"고 항의했다.
자신의 질의 순서에 따라 단상에 오른 이정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몸에는 손을 대지 말고 의원장과 이야기 하라"면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상대로 예산 질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이어지자 이정현 의원은 질의를 중단하고 "이것들이 보자보자하니까, 너무하지 않느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주영 예결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상적인 회의절차의 진행을 시도했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로 이날 예결위 회의는 하루 종일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