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도 '대포폰' 재수사…"결과 따라 靑 책임져야"

"청와대, 도덕적 리더십 측면에서 엄격할 필요 있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대포폰' 의혹과 관련한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해 주목된다. 김 지사는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한 뒤 "(재수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집권층에 대한 의심을 남겨놓을수록 리더십이 약해진다"며 "권력층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정부와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스스로 나서서 더 엄격하게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재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청와대를 겨냥해 "이런 부분은 단순히 법률적 책임이 아닌 도덕적 문제다. 도덕적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청와대가)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검찰에 대해 "투명하고 엄격한 조사를 하는 것이 국가 리더십을 더 튼튼히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민주당 관계자 3명이 긴급 체포해 국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청목회 사건'에 대해 김 지사는 "정치권도 거기에(검찰 수사에) 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압수수색은 '확정적 과시 행위'라는 인식이 있고 한꺼번에 많은 의원들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 패널이 "검찰이 청와대가 배후라는 의혹이 있는 민간인 사찰 수사에는 소극적인데 청목회 후원금 수사에서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질문하자 김 지사는 "(청목회 수사와 민간 사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면 그런 부분도 (검찰이) 잘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청목회 사건이) 대포폰 의혹 덮기와 상관 관계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언론인들이 더 잘 알지 않겠느냐"며 '뼈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한나라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안상수 대표를 제외한 4명이 청와대의 대포폰 개설로 촉발된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를 청와대와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여권 내 영향력이 상당한 김 지사도 재수사 여론에 힘을 실으면서 검찰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재수사는 없다"고 거듭 확인했었다.

"박근혜, 세종시 입장 견지 문제 있다"

김 지사는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민심과 천심이 결정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해야겠다, 도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된 적이 없다. 열심히 살다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하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자신의 경쟁자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김 지사는 지난 '세종시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취한 '원칙적 입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정치인의 득과 실을 넘어 국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졌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에 소속된 시절 전임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지사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계속) 있었다면 더 큰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김 지사는 "같은 운동권 집안 출신"이라고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에 대해 비판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등 최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대해 김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알면 알수록 욕하고 싫어했던 과거 저 자신이 죄송스럽더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