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김태영 장관이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의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이 파병 검토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혀 정치적 파장이 일 전망이다.
김 장관은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를 통해 "작년에 원전 수주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파병) 거론이 있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원전 수주와 파병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UAE를 두 차례 하면서 중간에 귀국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무슨 지시를 받았느냐"고 질문하자 김 장관은 "그쪽(UAE)에서 파병을 포함해 약 40개 정도의 질문을 했다"고 말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40개 질문에 대해) 적극 협조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파병도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관련해 김 장관은 "우리가 원전 수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 협력하는 것인데 (파병을 포함한) 그런 협력을 적극 해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원전 수주에 도움이 될 요량으로 파병 등의 협력 방안을 검토하라고 김 장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UAE 국군 파병과 원전 수주는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었다. 정부가 지금껏 '대가성 파병'임을 숨겨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 장관도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원전 수주가 파병의 계기는 됐다"고 일부 연관성을 인정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파병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은 처음 밝히는 부분이다.
유승민 "파병은 헌법 위반, 정권의 생명이 걸린 일"
유승민 의원은 파병에 관련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김태영 장관-UAE 무함마드 왕세자가 파병을 논의하는 모든 과정이 구두로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진 질의에서 "장관 발언이 전부 사실이라면 UAE 파병은, 지난해 장관이 UAE에 다녀와서 파병을 포함한 40개 요구사항을 정리해 보고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구두로 적극 협력을 지시했다. 왕세자가 이후 한국에 와서 특전사 시범을 봤고, 다시 UAE로 간 김 장관이 구두로 파병을 약속했다"라며 "21세기 대명천지 민주국가에서 기업도 이런 식으로 장사는 안한다"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헌법 82조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돼 있음을 언급하고 "일국의 해외 파병이라는 중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구두로만 이뤄졌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유 의원은 "장관 말이 사실이라면 파병을 안해도 원전 수주 건설에 지장이 없다는 말이다. (파병 관련) MOU를 위반해도 우리에게 발생하는 의무는 조금도 없다는 말인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믿겠느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만약 이 (파병) 과정에서 헌법을 위배하거나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이것은 정권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다음 정권에 가면 다 드러난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은 이에 "앞으로필요한 문서는 추가로 만들어질 수 있다. 장병이 거기 가면 여러 법적인 문제가 생긴다. 또 파병 전에는 뭐가 (문서가) 필요한지 다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또 "미국에 파병 검토 얘기는 이미 제가 했다"며 "미국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UAE 위험 지역이라던 국방부, 파병하려고 보니 "100% 안전해"?
유 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보면 UAE에 대해서 '군사강대국과 이웃하고 있는 지정학적 환경으로 적의 기습 공격에 취약하고 비군사적, 초국가적 위협에 취약하다'고 돼 있는데 국방부는 '비전투지역이라 100%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이렇게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은 "잠재 위협이 있다던가 그런 것은 어느 나라, 어느 군대나 다 그렇게 평가할 것"이라며 "만약 어느 나라 군대가 '우리는 아무 위협 없다'고 하면 그 나라는 군대를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대꾸했다.
유 의원은 또 "2006년 UAE와 맺은 군사협력 조약이 파병의 근거라고 국방부가 보고했는데, 이는 파병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예"라고 말하면서 "파병에 대해서는 구두로 (협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나중에 우리 병력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 것, 피해를 안보도록 하는 것 등 다양한 협정이 앞으로 맺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지난 4월에서 10월까지 UAE와 체결한 군사비밀정보 보호 MOU, 정보보안분야 교류협력 MOU, 군사 교육훈련분야 협력 MOU, 방산·군수협력 MOU 등 "4건의 MOU를 국회에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김 장관은 "(양국) 기관간 약정이라 공개가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