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 1부로 12곳 수색…불법 논란

정치권의 '역공'… 법무장관, 해명에 '진땀'

검찰이 청목회(청원경찰) 로비 사건 관련 현직 국회의원 지역 사무소 등 12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영장 1부만 발부받아 '불법 압수수색'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본이 한 부임을 감안하면 최소한 12곳 중 11곳에 대해서는 영장 복사본만 제시하고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는 말이다.

법무부 이귀남 장관은 8일 국회 법사위 긴급 현안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영장 1건을 발부받아 여러 군데 다 집행했다"고 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어 "사본이 아니라 원본과 다름없음을 증명하는 등본"이라고 강변했지만 불법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장관은 "제 경험상 보면 여태까지 (영장을) 한 통을 받아서 여러 군데를…(압수수색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사 관행상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받은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대법원에서 발행한 '압수수색영장 실무' 규칙에 반드시 정본을 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본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불법"이라고 이 장관을 몰아세웠다.

이 의원은 "같은 내용 한장만 받아다 (압수수색을) 했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특히 압수수색은 신체자유 등을 억압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민이라도 압수수색을 하려면 정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검찰이 여야를 막론한 현역 의원 11명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데 대해 정치권의 공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분리 등에 관한 논의 등 검찰 개혁에 관한 논의가 재개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영선 "'불법 사찰 의혹' 이영호 귀국했는데 재수사 안하나"

이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검찰의 민간인 사찰 부실 수사를 질타하며 이른바 '영포라인'으로 불법 사찰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해외에 나가 있다가 27일 귀국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되면 이 전 비서관을 다시 소환해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이귀남 장관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박 의원은 "(대포폰 사용) 이상의 새로운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사건 무마 등의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의혹이 있었던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데 대해서도 "그랜저 검사 사건 보고는 왜 안하느냐"고 질타하며 "(그랜저 검사에 대해) 다른 검사들이 어떤 진술서를 썼는지 알고 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박 의원의 '그랜저 검사' 재수사 요구에 이 장관은 "대검 감찰본부에서 여러가지로 확인 중이다. 신속히 (확인 작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하며 진땀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