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불법 사찰 피해 3인방'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여권내 '권력 투쟁'이 다시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8월 청와대 총리실 '영포라인'의 한나라당 소장파 사찰 배후로 이상득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다 사실상 '패배'했던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대포폰 특검'까지 거론하며 다시 입을 열고 있다.
한나라당은 5일 안형환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주장은 팩트가 틀렸다"며 "무턱대고 하는 (민간인 사찰 사건) 재수사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태근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재수사는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야당이 주장하고 제가 주장했던 것처럼 특검까지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의 공식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언이다.
남경필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수사에 의지가 없다"며 "모든 걸 통 털어 재수사를 해야 한다. 재수사를 안 하는데 축소되고 은폐된 점이 (더) 드러난다면, 정치권에서 특검이나 국정조사의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재수사 필요성을 역설하며 "(민간인 및 국회의원) 사찰과 하드디스크 기록 파기를 지시한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이상득 의원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등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 이성헌 의원으로부터 "야당에 총리실의 사찰 관련 자료를 건네고 있다"고 지목당했던 정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직후 이상득 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공세를 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포폰 파문'과 관련한 민간인 사찰 부실수사 문제는 민주당 이석헌 의원이 제기했고, 이를 법무부 이귀남 장관이 시인하면서 불거졌다.
이들 3인방 이외에도 한나라당 내에서 검찰 수사를 질타하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전날 홍준표 최고위원이 가세한데 이어 이날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문이 있을 때는 명명백백히 (재)수사를 해서 결과를 마무리짓는 게 맞다"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당 최고 지도부 5명 중 3명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안상수 대표는 "무턱대고 재수사를 할 수 없다"는 대변인이 밝힌 당 입장과 동일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고, 나경원 최고위원은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단은 '사찰 3인방'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 최고위원 등을 질타한 후 결국 '실패'로 귀결됐던 3개월 전 '3인방'의 투쟁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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