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중도 보수'를 표방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최근 "좌파 정권이 다시 들어오면 선진국 진입에 실패할 것", "전교조의 세뇌교육이 좌파 선동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는 등 색깔론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이같은 '철학'이 진보는 물론 보수에게조차 천대받는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색깔론 제기 "전교조 세뇌교육이 좌파 선동 쉽게 빠져들게 해"
안 대표는 2일 한반도선진화재단(박세일 이사장) 주최의 초청 강연에서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해 "일제시대와 분단을 거치며 형성된 극단적 이념 대립, 군사독재시대 이래 형성된 보수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과 반미감정, 양극화 심화, 30년 이상 계속된 전교조의 세뇌교육은 우리 국민과 청소년들로 하여금 좌파의 정치적 선동에 쉽게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안 대표는 영국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70년대 영국이 복지병과 노조병으로 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을 때 대처 수상은 시장주의적 개혁으로 국민을 독려하고 선두에서 끌고 갔다"며 "대처 수상의 국정운영은 사회적 갈등, 심지어는 폭력 사태를 유발했지만, 결국 영국을 다시 유럽의 강국으로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안 대표는 '개혁적 중도 보수'를 설명하며 "개혁적이라 함은 지나친 불평등, 부정부패, 불공정으로 대표되는 구보수의 적폐를 청산하는 정치 사회적 개혁"이라고 말했고, "중도보수란 자유민주주의와 경쟁, 사유재산권 보호로 대변되는 시장원리를 기반하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안 대표는 "그 동안의 불필요한 이념적 갈등을 지양하고 종북좌파를 제외하곤 가능하면 중도좌파까지 끌어안는 국민통합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전날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당 중앙연수원 특강에서 "다음에 또 다시 노무현 정권과 같은 그런 정권이 들어서고, 저 민주당 정권, 좌파정권이 들어선다면 결국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쇠고기 파동 그 이후에 그분들(촛불 시위 참가자 등)이 오히려 미국산 소고기를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 김대중 "보수 끼워넣기 삼아 중도 팔며 좌파 표 노리려고?"
안 대표는 '개혁적 중도 보수'에 맞는 국가 운영 전략과 관련해 "경쟁국보다 세부담을 낮추어야 하고,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철회 등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진보 정당이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계층에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데,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이 단기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몰라도 국가재정을 파탄시키고 결국 경제를 침체시켜 모든 국민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소득계층의 하위 70%까지만 무상복지급여를 보장하는 '70% 복지'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모든 지역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와 같이 강력한 수도권 규제, 세종시, 혁신도시로 대표되는 지역균형발전전략은 모든 지역을 하향평준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지역간 경쟁'과 '각 지역에 맞는 광역 클러스터 조성' 등을 강조했다.
연일 계속되는 '색깔론' 공세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의 '개혁적 중도 보수'론은 보수 층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주의자인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이날자 칼럼을 통해 "안(상수) 대표의 언급 중에 보수에 수모를 안기는 것은…이제까지 한나라당의 노선은 잘못된 것이라는 뜻"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고문은 "시대착오적 한나라당에 대해 주류 보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보수'를 끼워넣기로 삼아 중도를 팔며 궁극적으로 야당과 좌파, 젊은 층 서민의 표를 노려보겠다는 것이라면 그런 한나라당의 기회주의를 방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대주주격인 보수 세력의 자포자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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