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총대를 멨던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 부의장의 상반된 표정이 눈길을 끈다.
1일 정기국회 개회식 도중 김형오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집단 퇴장 한 민주당에 대해 김형오 의장은 "천박한 3류 정치 투쟁가가 좌지우지하는 당은 결코 발전할 수 없으며, 아직도 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한 그 당은 발전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장은 이날밤 늦게 자신의 홈페이지에 '누가 정치를 3류로 만드는가'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비난했다. 김 의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화해, 용서, 통합의 염원이 넘쳐났고 국회는 국민통합의 전당이 됐다. 그런데 그 새로운 정치의 시작인 개회식부터 가장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3류 국회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였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은 김형오 의장은 미디어법 처리 직전 "먼저 단상 점거를 하는 쪽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약속을 공언하고도 한 달이 넘도록 일언반구가 없는 상태. 당시 단상을 먼저 '점거'했던 한나라당은 오히려 김 의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장에 대해서 너무나 무례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 국민 앞에서 정기국회 하겠다고 다짐하는 엄숙한 개회식이 민주당의 이런 퍼포먼스의 장으로 전락해버린 것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 의장을 거들었다.
반면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김 의장 대신 의사봉을 잡았던 이윤성 부의장은 "며칠 전 야당 의원들한테 '같이 가자면서 원체 귀기울이지 않아준다'는 우스갯 소리를 들었다. 그 얘기는 명분을 달라. 멍석을 깔고 들어가게 해달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며 야당과의 유연한 관계를 주문했다.
이 부의장은 "초지일관 원내 대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정치라는 것이 그렇게 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탄력있는 국회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런 것도 참고해서 여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그는 "이달 중 개각이 있고 발표가 있을 것인데 대폭 하게 되면 두자리 숫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전 상임위원회가 가동되어야 한다"며 '9월에는 청문회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옹호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의원들이 모두 울분에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등원하게 되었던 것은 한나라당이나 김형오 의장을 위해서가 아니고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의장이 대오 각성해 언론악법 날치기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을 하고 다시는 이제 직권상정 날치기를 안 하겠다는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일 무효 판정이 나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데 대해 서도 이 원내대표는 "마치 헌법재판소를 협박하는 듯이 들렸습니다. 헌재에서 무효라고 인정하면, 자기는 물러날 테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헌재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