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 즐기던 한나라 '발칵'…안상수 "검찰에 경고"

청목회 사건 일파만파…이귀남 "철저 감별하겠다"

청원 경찰 친목 단체인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혔다. 안상수 대표가 1일 "검찰에게 경고한다"며 이례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청목회는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의원 33명에게 각각 500만 원, 1000만 원, 2000만 원, 5000만 원 단위로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1000만 원 이상을 후원금으로 받은 의원이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국회의원이 후원금 10만 원 받는 것까지 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검찰에 한마디 경고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소액다수 후원은 권장사항이고, 그렇게 들어오는 후원금을 국회의원이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겠는가"라며 "국회의원을 자꾸 범죄인시하면서 후원금까지 뒤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C&그룹 등 사정 정국이 이어지면서 야당은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으며 반발해왔지만 한나라당은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형국이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구여권 문제"라고 검찰 수사의 범위를 한정지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등 검찰의 칼날이 여권 쪽으로도 향하자 분위기가 급변한 셈이다.

집권당 대표가 "경고"까지 하고 나섰지만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검찰은 현재 청목회가 후원금을 제공한 33인의 국회의원 리스트를 확보한 상황이며, 금주 내에 해당 국회의원들의 회계 담당 보좌관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의 경우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줄소환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의 경우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정치자금법 32조는 '공무원이 담당 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해 누구든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돼 있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검찰이 국회의원을 무차별로 뒤져서 수사 내용을 중간에 공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나라당 대부분의 의원은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10만 원 후원금 받은 게 문제가 된다면 후원금 모금 법을 바꾸어야 한다"며 "오죽하면 한나라당 대표가 말했겠느냐. 검찰은 공정사회가 사정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모 의원이 5000만 원을 받았다"는 등의 정황과 함께 "여당에서는 친박계 의원이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귀남 법무 답변 중 "검찰 똑바로 하라" 고성도 나와

의원들의 분노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폭발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청목회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야당 탄압이다. 한나라당 친박계 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법무부 이귀남 장관을 질타했다.

이에 이 장관은 "언론은 (청원경찰법) 법안 대표 발의자 등을 보고 그런 추측에서 보도를 하고 있고, 또 한 의원은 청목회에서 감사패를 받았다는 것 등을 들면서 추측보도를 하고 있다"며 "검찰이 (피의 내용을) 흘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연신 "억울한 의원이 없도록 철저히 감별하겠다", "의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소환하는데나 수사하는데나 저희들이 철저히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하며 진땀을 뺐지만, "감별하겠다"는 이 장관의 말대로라면 일부 의원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과도하게 후원금을 받은 의원도 있고, 그런 의원들은 어쩔수 없이 검찰 수사를 받을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검찰이 똑바로 하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