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6시 30분 경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도중,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위원장이 갑자기 감사 중지를 선포하려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 등에게 의사봉을 빼앗기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장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위원장석을 둘러쌌고, 이들을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위원장석으로 뛰어올라 행안위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안 위원장은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집시법) 합의하려고 6개월을 끌어왔는데"라며 감사 중지 선포 시도가 집시법 개정안의 일방 상정을 위한 것이었음을 드러냈다. 집시법을 상정하려면 감사 중지를 한 뒤에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개회 선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할 뿐 대부분 의원들은 (집시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며 "왜 위원장에게 항복을 강요하려고 하느냐"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화를 냈다. 장세환 의원이 "의사 일정에 전체회의를 여는 게 포함돼 있지 않고, 여야간 간사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위원장이 불법을 저지르려 하느냐"고 따지자 안 위원장은 "불법을 하려면 내가 총칼을 동원하는 게 불법이고..."라며 대꾸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을 해야지, 밤에 집회를 하면 (시민들이) 못 산다고 하는데..."라며 "자꾸 시비걸지 말라"고 거칠게 말하기도 했다.
▲ 22일 행안위에서 안경률 위원장이 집시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연합 |
상황이 악화되자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 의원들도 "일단 감사를 중지하고 간사간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안 위원장은 의사봉 대신 손바닥을 두드려 여야 간사 협의를 위한 감사 중지를 선포했고, 간사간 협의에 따라 일단 감사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22일 집시법 개정안을 상정, 의결하겠다"는 안 위원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날 밤 늦게까지 집시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현재 "25일 본회의에서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행안위에서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도 법사위에 민주당 소속 우윤근 위원장이 버티고 있어, "결국 25일 본회의에 올리려면 박희태 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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