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장관은 22일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훼방꾼'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하는 걸 가지고 정치권에서 싸우는 것은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시진핑 부주석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요지는 '(대북) 강경몰이를 할 것이 아니고 남북관계를 빨리 복원해야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 |
정 전 장관은 또 "중국 정부가 그런 단어(훼방꾼)를 쓴 적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마무리는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된다)"며 "(여야) 서로가 이것은 (시 부주석의 발언 내용은) 놓치면서 단어 가지고 싸움을 하니까, 한중관계 앞으로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경필 의원(외통위원장)은 "(시진핑 부주석이) 한국이 제 역할을 안 해 주고 있어서 동북아 평화에 장애가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당시 배석한 분이 얘기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훼방꾼이란 표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중국 외교부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자기네들(중국) 얘기의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단어 용어를 가지고 싸우는 걸 보고 한국 외교에 대해서 오히려 저평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MB, 임기 2년 남았는데 아무 업적 없이 떠날건가"
정 전 장관은 "당시 <프레시안>에 (지난해) 5월 13일자로 토크 형식으로 인터뷰를 했다"며 "그때 시진핑 부주석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약간의 우려를 표명하는 얘기는 분명히 했다"며 시 부주석의 발언 내용을 요약해 설명했다. (☞2009년 5월 13일 '정세현의 정세토크' 바로가기)
정 전 장관은 "그때 제 느낌은 중국 외교부 등 입장에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좋게 말하면 어드바이스를 좀 해야 되겠다, 아니면 문제제기를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작심을 하고 (시 부주석이) 얘기를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시 부주석이 작년 5월에 얘기했지만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비분강개하면서 강경몰이를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다시 새겨듣고, 적십자 회담 등을 통해 남북 관계 복원의 기초를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2년 정도 남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떠날 수 있겠느냐. 분단 국가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아무런 업적이 없이 떠난다는 것은 나중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과 관련된 보도 등을 두고 정 전 장관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몸 값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고 풀이했다. 그는 핵실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정부도) 그런 방향에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본질 외면하는 MB정부, 밖에서 성숙하게 보겠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번 일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느냐 후퇴시키느냐, 또 중국 지도자들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라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특정 표현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매달리는 이명박 정부가 밖에 성숙하게 비치겠느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손 대표는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중국 정부가 어떤 표현을 쓰든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한중간 정책이 구조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한미 뿐 아니라 한중 관계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박 원내대표의 말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대응은 한마디로 한심하다"며 "문제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한반도 정책의 무능함과 무책임에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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