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정두언 최고위원은 2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자치단체장의 당무 회의 참여가 "부수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를 키운다는) 그런 효과가 있다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즉 오세훈 시장, 김문수 지사에게도 정치 발언 기회를 줘, TV 등 매체를 통해 미리 대중의 '눈도장'을 받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에 호감을 갖고 있는 수도권 소장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당내 '대권 레이스'를 염두해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조기에 경쟁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면서, 현재 부동의 1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대권? 부인하는 오세훈…불러내는 한나라
오 시장은 수차례 "이번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장 임기가 2014년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오 시장은 2012년 대권 도전보다 '첫 재선 서울시장'의 임기를 마치고 '차차기'에 도전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
오 시장 측은 또 "한나라당의 자치단체장 당무 참여 방안이 오세훈 대권 주자 만들기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대권 행보 등)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펄쩍 뛰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같은 당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도 무조건 참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그러나 오 시장 '주변', 즉 한나라당 내 수도권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이 지금 시점에서 2012년 대선을 염두하고 오 시장을 중앙 정치 무대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6.2지방선거 참패를 겪은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수도권 의원들이 '젊은 차세대 정치인'이라는, 여권 인사들이 갖지 못하는 오 시장의 독보적 '브랜드'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 참패 와중에서도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를 꺾은 오 시장의 저력을 높이 사고 있다. 오 시장을 지지했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승승장구' 해왔던 오 시장이 이번에 '지옥에 갔다 왔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크게 성장한 것 같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야권에서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젊은 정치인들이 급부상하는데 대한 여권의 경계심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한나라 계파 구도 재편, 오세훈에게만 유리할까?
이같은 오세훈 개인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재오 특임장관의 여의도 입성, 가속화되는 친이계의 분열 등 당내 세력 구도의 변화에 따른 요인도 상존한다.
특히 정두언 최고위원이 연일 "한나라당의 친이-친박 계파 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한 점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 부동의 1위이면서도 지지율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박근혜 불가론'을 외치는 세력, 그리고 박 전 대표의 한계를 보완해 정권 재창출로 이어가려는 세력으로 당내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장파들이 오세훈, 김문수 지사를 '대권 레이스'에 적극 끌어들이려고 하는 움직임 '박근혜 불가론'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이 언급한 당내 계파·세력 구도의 재편이 정 최고위원을 위시한 수도권 소장파들에게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들 소장파들과 불법 사찰 논란을 벌이는 등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온 영남 기반 '구 친이계' 최대 주주인 이상득 의원이 최근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나라가 잘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 중에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것이고 물론 박 전 대표도 그런 분 중 한 분"이라며 "지금은 박 전 대표에 대해 이런저런 언급을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때 봐서..."라고 묘한 여운을 남긴 부분은 그래서 주목된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한나라당의 위기 상황이었던 천막당사 시절 박 전 대표를 '모신' 사무총장이었다는 점을 새삼 상기하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현재 이 의원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크게 나빠질 게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지역 지지 기반이 겹치는(영남) 박 전 대표-이상득 의원 연대설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 소장파들에게 불리한 시나리오다.
특히 세력 재편 과정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소장파들과 가까운 이 장관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을 접촉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조기 조성되는 대권 구도…'박근혜 대항마 없다'는 반증일 수도
그러나 문제는 '인물론'과 '세력구도'만으로 풀 수 없다.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대권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과 별개로, 오 시장, 김 지사 등이 '박근혜 대항마'의 가능성을 품고 있느냐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 이들 잠재 후보군의 가장 큰 과제는 박 전 대표의 견고한 지지율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오 시장은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바람과 달리 '차기 주자' 스스로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변죽만 울리다 소득 없이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2011년 초 쯤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너무 조기에 대권 경쟁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이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하고 그만큼 뚜렷한 인물군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고민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을 했다. 인물 부족 상태에서 '조기 과열'은 오히려 한나라당에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소장파들의 '오세훈 일병 구하기', 눈에 띄네 '광화문 물난리'와 관련해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27일 한나라당 수도권 소장파들이 적극 엄호하고 나선 것은 눈에 띠는 부분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집중 호우 피해와 관련해) 솔직히 서울시의 대응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오 시장을 비호했다. 6.2지방선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오 시장의 라이벌이었던 원희룡 사무총장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광화문 광장에 대해 전시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었던 원 사무총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화문은 상징적인 곳이니까 도로에 물이 찬 것에 대해서 말씀들이 많은데, 광화문에는 주택이나 이런 피해는 없지 않느냐"며 "(광화문) 도로에 물이 찼다가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6.2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있던 지난 5월 이전까지만 해도 "오 시장이 한나라당에 해 준게 뭐가 있느냐"고 냉소하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데 비춰보면 눈에 띄는 분위기 변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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