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공정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7일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지만 기회는 균등하게 줘야 한다"며 '공정 사회' 기준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월례 조찬 회동을 갖고 이같이 말하며 "이제는 경제 성장만으로 한계가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처럼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 사회는 국민에게 강조할 필요가 없이 지도층이 스스로 솔선수범하면 된다"며 "좋은 정부, 좋은 정치가 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권력과 이권이 같이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이것은 매우 시대착오"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모두 대단한 소명 의식이 있어야 하며, 지금 우리 사회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공정한 사회를 제대로 만들면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공정 사회의 방점은 '경제적 기회의 균등', 그리고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등에 찍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정 사회가 결국 사정 정국의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사정은 차가운 의미이고 공정은 따뜻한 의미"라고 했고, 법무부 이귀남 장관은 "사정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기존의 불공정 사례를 들춰내는 '사정'에 치우치겠다는 것 보다,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정'의 필요성이 생긴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공정 사회' 화두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현장 정치를 강조했다. 임 실장은 "우문현답이라고,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이재오 특임장관 역시 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쌀 지원 등 남북 관계 현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돼야 한다. 국민들 수준 높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적절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안형환 대변인은 "대북 쌀 지원 문제 등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말한 것은 아니고, 기존의 기조를 확인하는 뉘앙스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특히 적십자에서 인도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일보 전진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단체 등이 "북한이 적십자를 통해 쌀과 시멘트를 달라고 하다니, 뻔뻔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다.
'대등한 당청 관계' 요구에 MB "당 지도부가 단합된 모습 보여야"
안상수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에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발표할 때는 사전에 당정 협의를 충분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정비를 요구하면서 "국정 공백 장기화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국무총리는 추석(22일) 전에 지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주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서로 협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당이 전당대회 이후 안상수 체제로 바람직하게 가고 있다. 현장 중심의 민심을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다"라며 "당도 집권 여당의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란다. 당이 적절한 견제를 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데도 좋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최고위원회의든 중진회의든 당 대표를 중심으로 보여야 한다. 최고위원들도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당이 분파적인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되려 당이 '분파주의'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분파주의'는 지도부 출범 초창기 홍준표,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 등 비주류와 안상수 대표가 대립했던 모습에 대한 논평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가 요구한 인사 검증 시스템 정비와 국무총리 지명 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의미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대등한 당청 관계'를 요구하러 나섰다가 되려 '분파주의를 경계하라'는 충고를 듣고 온 셈이 됐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한나라당 의원들 전원을 청와대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면 어떻느냐"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안 대표는 식사를 마친 후 15분 간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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