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에 경남 양산 출마 결심을 굳힌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한나라당의 공식 행사인 '민생 투어' 일정에 '양산 통도사 방문'을 끼워넣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실상 공당의 행사를 개인 선거전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
박 대표는 14일 통도사를 방문해 '백중 기도 입재' 행사에 참석하고 원명 방장스님을 예방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양산은 우리 부부가 처음 만난 곳"이라며 지역에 대한 연고를 애써 강조했다. 원명 스님은 "눈 온 뒤라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조를 알 수 있고 일이 어려워야 바야흐로 장부의 마음을 알아본다"는 글귀를 박 대표에게 건네기도 했다.
박 대표는 현재 양산에 전세집을 구했지만 전입 신고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 준비가 무리하게 진행되는 만큼 '집권당 대표가 자기 선거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특히 양산 출신으로 이번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김양수 전 의원은 지난 11일 "박희태 대표가 심판복을 입고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집권당 대표의 프리미엄을 개인 선거에 십분 이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통도사는 경남 양산에 위치한, 한국 3대 사찰 중 하나로 최근 국립공원내 사찰에 대한 규제 문제를 두고 경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는 등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는 곳이다. 박 대표의 이번 방문은 불교계의 불만이 자신의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출마 거론 여야 인사 통도사에 '집결'… 벌써 재보선 '신경전'
이날엔 박 대표 외에 이미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김양수 전 의원, 친박계인 유재명 전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함께, 범야권 출마자로 거론되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친노 인사들도 통도사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고 있는 김양수 전 의원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34~35%의 지지율로 내가 계속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에서도 객관적인 공천심사를 거쳐 합당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명 전 연구원도 박 대표의 출마를 두고 "정치 원로의 정도가 아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송인배 전 비서관은 "이번 선거는 양산이 변화하느냐 퇴보하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선거"라며 "이날 행사를 계기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장관은 본인의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정치사적으로 의미있는 선거"라며 "우리(친노) 진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며,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연합 후보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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