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자는 경남도지사 재직 시절인 2007년 4월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가 한인식당 곽현규 사장을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대검중수부로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올해 1월 내사종결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같은 내사종결 사실을 김 후보자가 김준규 검찰총장으로부터 직접 전화로 전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4일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준규 검찰총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한참을 생각하다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가, 박 의원이 "이 사실은 내가 명확히 확인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추궁하자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답변을 못한 채 4~5초간 머뭇거렸다. 오전 질의에서 김 후보자는 내사 종결 "검사한테 연락 받은 것 같다"고 했다가 오후에 "아침에 잘못 말했다. 아는 지인이 무혐의로 끝날 것 같다고 전화해줬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 답변하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검찰총장이 피의자에게 직접 내사종결 사실을 알려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박 의원의 주장대로 김 후보자가 김 총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면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떳떳치 못한 부분이 있어서 통화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냐"는 박 의원의 추궁도 이어졌지만 김 후보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밝혀진 일을 왜 지금 다시 꺼내느냐"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검찰, 김태호에 돈 줬다는 여종업원 조사 했을까, 안했을까?
현재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내사 종결 과정에서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뉴욕 한인 식당 사장 곽현규 씨→한인식당 여 종업원→김태호 후보자'로 이어지는 돈 전달 과정에서 '마지막 고리'인 한인식당 종업원이 과연 김 후보자에게 돈을 건넸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이 여 종업원을 조사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했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은 "제가 알기로 검찰에서는 종업원이 후보에게 돈을 전달한 적 없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 수상한 부분은 법무부 등 검찰 관계자들의 말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여 종업원을 직접 조사했다"고 밝힌 법무부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관련 참고인을 조사한 것은 맞지만 그게 누구인지와 조사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을 뿐"이라고 해명해 혼선을 빚었다.
이날엔 핵심 증인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뉴욕 한인식당 사장 곽현규 씨가 불출석했다. 당시 수사를 책임졌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도 출석하지 않았다.
문제의 여종업원의 행방, 조사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증인들이 무더기로 불참한 것. 박지원 의원은 "불출석한 증인을 고발 조치 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별렀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 청문위원들은 "인사청문위원회 의결로 당시 김 후보자 관련 수사 기록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기소된 사실도 아니고 내사를 받은데다 내사가 종결됐는데, 지금 와서 수사 기록을 보자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한난라당 권성동 의원 등은 자신의 질의 시간을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자를 '변호'하는데 할애하는 등 노골적으로 김 후보자를 비호했다. 김 후보자도 "저는 무혐의에 대한 검찰의 결론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무혐의로 내사 종결 된 것을 왜 이렇게 (공세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신용 대출'로 6억 빌린 김태호 父…"부친 은행법 위반, 사과하겠다"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
김 후보자는 지난 2006년 경남지사 재선을 위해 부친을 통해 6억 원, 아는 지인을 통해 4억 원 등 총 10억 원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선거 비용 등 정치자금으로 썼다.
김 후보자는 "그런 은행법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사과드린다"고 사실상 부친과 지인의 위법 사실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직접 은행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 법을 위반하게 한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해당 금융기관 직원들은 이 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며 "당시 김 후보자는 도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은행에서 아주 쉽게 10억 원을 대출해 선거를 치르고 그 돈을 국고에서 보조받아 상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의 부친이 돈을 빌린 과정도 석연치 않다. 당시 부친의 재산은 1억 6000만원에 불과했다. 6억 원을 대출받으려면 최소 10억 원 가까운 돈을 담보로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신용으로 빌렸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 놓았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김 지사의 답변에 대해 "무슨 신용? 도지사를 아들로 두고 있어서? 이런 것은 명백한 특혜다"라며 "정치인들이 은행에 압력 넣어서 특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울 출장을 와서 50일 가량 특급 호텔에 머문 것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머물렀는데 하루 숙박비가 97만원이나 되고 호텔비로 4800만 원을 썼는데 공직자로서 서민적인 처신이었느냐"는 질문에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순 없지 않느냐"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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