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철쭉
철쭉이 흙에서 걸어 나와
엉덩이를 씰룩일 때가 있을 거다.
개 발에서 손이 뻗어나 컴퓨터를 다루고
사람 엉덩이에 꼬리가 솟아 살랑거릴 때가 있을 거다.
그렁저렁 세월을 묵새기면
철쭉의 손에 스마트 폰이 쥐어지고 톡하느라
정신없을 날이 있을 거다.
달은 지금보다 세 배나 커지고 해는 뜨거울 거다.
지구란 별이 다섯 번쯤 망가지고 난 다음
붕어가 거리를 배회하며 도를 아느냐고
물어 볼 날이 있을 거다.
사람 종자는 알아볼 수 없이 일부는 물로 들어가
돌고래처럼 꽥꽥대며 섹스 할 것이다.
내는 하늘로 돌아가 별빛이 되어 있겠고
자손들은 개가 되거나 돌고래가 되거나 원숭이 조상이 되어
길거리서 철쭉이 타는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을지 모른다.
화평스런 토요일 오후,
지구에 드디어 평화가 찾아올 거다.
시작노트
지긋지긋한 별이다.
다른 건 온전하고 사람만 망해버려라.
그리고 사설이 무에 필요한가?
시로 말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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