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기업 때리기'로 금과옥조 된 '헌법 119조'

안상수 "경제민주화가 헌법 정신"…대기업 숙원은 119조 폐기

한나라당 지도부가 연일 헌법 119조를 거론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과 대기업 때리기의 근거로 삼고 있어 눈길을 끈다. 헌법 119조는 '경제 민주화'를 적시하고 있는 조항으로, 재계 등에선 개헌할 경우 이 조항을 빼거나 내용을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119조 2항에 적시된 대로 잘못된 경제 상황을 규제하고 조정해 경제 주체간의 조화로 경제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헌법 정신"이라며 "시장의 약자들이 겪는 불공정 관행을 조정할 책무가 (국가에) 있고 이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했다.

안 대표는 "오늘날 대기업의 성공과 영광은 스스로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의 전폭적 정책지원과 중기의 협조, 국민의 성원 때문"이라며 "기업 이미지 광고 수십 억보다 기업 윤리를 지키는 것으로 국민 신뢰 얻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홍준표 최고위원도 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헌법 119조 제2항에 의거한 국가의 조정권 발동을 '시장경제를 왜곡시킨다'고 하면 국가가 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여권을 포함한 보수진영 내에서 헌법 119조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게 '금기시'돼 왔던데 비춰보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대기업 때리는 MB식 친서민행보의 근거는 헌법 119조?

헌법 119조는 개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존폐 논란을 겪고 있는 중요한 이슈다. 이 조항은 '노무현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이 87년 개헌 과정에서 기안한 것이어서 '김종인 조항'으로도 불린다.

시장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헌법 119조를 손 보는 것이 대기업들의 숙원"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특히 여권 내 유력 대선 주자급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최측근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이 조항의 폐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친서민 구호'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이 조항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향후 이 대통령이 추진할 개헌 과정에서 이 조항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 조항이 개헌 논의에서 제외될 경우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보수 경제학자들이나 대기업, 그리고 대기업을 옹호하는 경제 매체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돼 있고,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