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친박(親朴) 좌장'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4일자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며 "그게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투철한 애국심, 엄격한 행동규범, 품위, 약속을 생명처럼 지키려는 자세, 공부하려는 자세, 좋은 머리, 서민들에 대한 보상심리 등이 아주 충만하고 다 좋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걸(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 부족) 고쳐야 한다고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다.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친박계 의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거기서 안 알아주니까, 이 결정적 문제를 고쳐서 박 전 대표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이제 거의 소진해 버렸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여전히 지지율 1위고, 이대로 가면 우리(한나라당)가 (대권을) 다 먹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반대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국민 지지도에 함몰되면 2등 하는 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에 대해 "원하는 것은 과거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일개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한두 번 더하고 끝내겠다면 몰라도 대통령되겠다는 생각 갖고 있는 사람 아니냐. 과거 지나간 일에 미련 갖고 '니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 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에게 당내 비주류로서 뭔가 요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도 이재오 대표(전 원내대표)와 만나 싹 풀었다. 옛날 얘기하지 말자, 다 잊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7.28재보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한 이재오 당선자는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친박계 공천 학살'의 주역으로 꼽힌 인물이다.
"최근 박 전 대표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원내대표는 "둘이 일부러 만난 일은 없고, 오다가다 만나서 인사한 정도다. 만나서 얘기하고 했어야 하는데 내 잘못이다. 문이 열릴 것 같지 않아 못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민주주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며 "4대강 사업의 경우 (반대세력에 대해) '니들이 몰라서 그런다. 나중에 잘했다고 박수칠 것이다' 식의 일방통행이 바로 '설득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비용에 대해 너무 인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4대강 사업 '일방 통행'을 비판한 것이지만, 박 전 대표의 부족한 면과 관련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꼽은 만큼 이는 박 전 대표를 향한 비판으로도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15일 전후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만남과 관련해 "현실 정치는 뭔가 주고받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탕평 인사 등 뭔가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현실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박 "김무성, 시비 거는 듯…화합을 깰 수있는 발언"
친박계는 당장 거세게 반발했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하하는 유감스런 발언"이라며 "자기 잣대로 다른 정치인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역공을 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철학과 가치는 폄하하고 자신의 정치 틀에서 박 전 대표에게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무책임한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의원은 "이는 당이 화합하자는 상황에서 마치 시비를 걸듯 화합을 깰 수 있는 발언"이라며 "자기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설정한 것인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박계로는 유일하게 지도부에 입성한 서병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김 원내대표를 향해 "잘 해보려고 하면 한 번씩 그런 소리를 하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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